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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광우병' 늪으로 스스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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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광우병' 늪으로 스스로 걸어갔다

[토론회] "위험 관리 실패가 '촛불' 저항 불렀다"

미국산 쇠고기를 둘러싼 갈등이 촛불 집회를 부르던 지난 5월 8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는 광우병에 대한 과학 이해를 돕는다며 긴급 토론회 및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앞뒤 정황을 볼 때 과학자들이 정부에 동원된 듯한 인상이 강했으나 대다수 언론은 이를 크게 보도했다. 그러나 정작 시민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왜 시민은 과학자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일까? 우선 상당수 시민은 그들의 어쭙잖은 조언을 과학자의 양심에 입각한 용기 있는 발언이라기보다는 평소 정부의 연구비나 타 쓸 궁리를 하는 '관변' 과학자의 준동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 8일 나선 과학자의 상당수는 정작 2년 전 잘 나가는 동료 과학자의 논문 조작에 침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문은 남는다. 이른바 자신의 양심에 따라서 선배 과학자의 논문 조작을 용기 있게 폭로했던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소장 과학자의 견해 역시 "광우병을 둘러싼 논란은 과한 측면이 있다"는 쪽으로 모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소장 과학자의 견해 역시 시민을 설득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정병걸 교수(동양대 행정학부)와 성지은 박사(과학기술정책연구원)는 정부는 물론이고 과학자의 이런 시도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 원인을 "위험 관리의 실패"에서 찾았다. 두 사람은 오는 14일 동국대에서 열리는 한국과학기술학회 학술 대회에서 발표할 논문에서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촉발한 광우병 위험 논쟁을 분석했다.

"정치·사회 문제 과학 담론으로 해결할 수 없어"

정병걸 교수 등은 이날 발표할 '정치화된 위험과 위험 관리의 실패'라는 논문에서 "이명박 정부는 이번 광우병 위험 논쟁의 크게 세 측면을 간과했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 등은 우선 "이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는 '과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사회적·문화적 불확실성이 얽힌 복잡한 문제라는 사실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 등은 "정치·사회 문제를 과학 담론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이번 사태의 본질은 '확률은 낮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위험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즉 과학으로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정치적으로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이런 것인데 정부는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정부의 태도는 유럽의 최근 흐름과 대조적이다. 정 교수 등은 "유럽에서는 과학 위험의 문제에 시민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치를 제도로 보장함으로서 이런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 능력을 제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위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큰 상황에서 위험을 축소하거나 무시해온 기존의 방식은 갈등만 유발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과학기술이 야기하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놓고 시민이 균형 잡힌 정보를 토대로 성찰하고 정책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시민단체 주최로 몇 차례 열린 적이 있는 '합의회의'가 이런 제도의 대표적 예이다. (☞ 관련 기사 : 보통 시민들, "신규 원전 건설 중단, 대안 마련하라")

"의도하지 않은 위험 회피하려는 정당한 욕구 무시"

정병걸 교수 등은 "기본적으로 광우병 문제는 보건·안전 문제인데도 정부는 줄곧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연계한 경제 논리만을 강조해왔다"며 "그 결과 이명박 정부는 의도하지 않는 위험에 노출되지 않으려는 시민의 욕구를 무시하고 경제 논리를 들어 '쇠고기 재협상'을 거부하면서 결국 정부 전반에 관한 불신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 등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면 이번 사태에서 나타난 대중의 강한 불신은 이명박 정부가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며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도 이 문제를 단순한 과학 지식의 문제로 규정하고 국민을 계도의 대상으로만 보는 오류를 범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 교수 등은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었음에도 부시 대통령과 회담 직전 서둘러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개정을 합의했다"며 "이것은 결국 협상 결과와 이에 따른 의도하지 않은 광우병 위험 노출 책임이 이명박 대통령과 이 정부에 있다는 시민의 추론을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 등은 "더구나 광우병은 정확한 원인, 발병 경로, 치료 방법 등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반면 치사율은 100%에 이르는 등 대중의 공포를 초래할 만한 요소를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며 "결국 시민들은 이런 의도하지 않은 공포에 노출될 책임자로 이명박 대통령을 지목하고 큰 저항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이 위험 어떻게 인식하는지 주목해야"
▲'위험 관리'에 실패한 이명박 대통령은 결국 전 국민적 저항에 직면했다. ⓒ프레시안

정병걸 교수 등은 마지막으로 "이번 사태는 위험 관리의 완전한 실패"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우선 이명박 정부는 위험 관리에서 중요시되는 합의·동의의 절차를 무시했다"며 "과학적 불확실성에 정부의 절차적 정당성의 무시라는 부정적 행동이 결합되면서 이번 문제는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 등은 또 "정부는 위험을 이해하는 노력도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객관적으로 낮은 위험이라도 주관적으로 볼 때는 치명적인 위험일 수 있다"며 "더구나 시민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외부로부터 주어진 위험이라는 점에서 더 심각한 위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어서 "더구나 광우병 위험은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을 둘러싼 위험과는 달리 전국의 시민이 위험 대상이 될 수 있는 음식과 관계된 문제이기 때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데도, 정부는 이런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응했다"며 "별 성과를 거둘 수 없었던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은 왜 이번 광우병 위험 논쟁에서 정부는 물론이고 과학자의 조언조차도 시민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는지 그 이유를 잘 설명한다. 앞으로도 위험과 같은 과학기술의 여러 가지 문제를 놓고 정치인, 공무원, 과학자들이 대중이 어떻게 이를 수용하고 반응하는지에 관심을 두고 쌍방향 소통을 하지 않으려 한다면 정책 실패가 뻔하다는 것.

'사회적 쟁점으로서의 과학기술'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날 학술 대회에서는 이 발표 외에도 한반도 대운하(윤순진 서울대 교수), 기후 변화(박희제 경희대 교수) 등 최근 논란이 되는 문제가 분석될 예정이다. 이 학술 대회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국대 원흥관 E103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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