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1024일째인 12일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분회장은 "오랜만에 재개된 교섭에 희망을 걸었고 노조가 많이 양보도 했는데 한바탕 서툰 비극이 되고 말았다"며 단식 돌입의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5월 11일부터 5차례에 걸쳐 진행된 교섭은 기륭전자 측이 "회사 내 직원의 반발이 심하다"며 거부해 실패로 끝났다.
'자회사 고용 1년 후 정규직화' 문구까지 조정했다 '불발'
노동부와 검찰로부터 불법파견 판정까지 받았지만 1000일이 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는 기륭전자 문제는 최근 한 가닥 돌파구를 찾는 듯했다. 지난달 11일 4명의 여성 노동자가 서울 시청 앞 조명탑에 올라 고공시위를 벌인 끝에, 서울지방노동청의 중재로 교섭 테이블이 마련된 것이다. (☞관련 기사 : "공포의 광우병은 내 일터에도 있다")
이후 노사는 수차례에 걸쳐 교섭을 벌였다. "생산라인이 없어 복직시키고 싶어도 못한다"던 회사도 "당장 고용은 어렵지만 하도급업체로 우선 들어가서 문제 해결을 시도해 보자"고 나왔다.
하지만 노조는 하도급 업체의 경우 파업 전에 일했던 파견 업체와 다를 것이 없다며 반대했고 노사는 결국 자회사 채용 후 정규직화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지난 7일 교섭에서 배영훈 대표이사는 '어쨌든 정규직화인 만큼 이사회의 승인이 있어야 하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 과정에서도 노조는 지난달 26일부터 구로역 근처의 35m 높이 CCTV 철탑에 올라 고공 시위를 시작했다. 지난 8일에는 고공시위 14일 만에 여성 조합원 윤모 씨가 탈진해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기륭전자 여성 노동자, 두 번째 '고공시위')
하지만 지난 10일 5차 교섭에서 끝내 모든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기륭전자 측이 밝힌 이유는 "회사 부장·차장 등 관리자들의 의견을 물은 결과 24명 중 23명이 반대했다"는 것이었다.
"중간 관리자에게 책임 떠넘기기, 옹색하고 무능하다"
김소연 분회장은 중간 관리직과 회사 모두를 맹비난했다.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을 외면했다고 '노동귀족'이라 질타했던 사람들이 사용자는 수용하겠다는데 이를 거부하는 것은 무슨 태도냐"는 것이다.
김 분회장은 또 "회사가 중간 관리직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옹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분회장은 "원인을 노노 갈등으로 돌리고 또 다른 피해자인 중간 관리직들의 등 뒤로 숨는 회사의 태도는 정말 비열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무능한 경영자임을 자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 1000일을 넘기며 안 해본 것 없이 다 해봤다는 기륭전자 여성 비정규직은 끝내 집단 단식농성까지 시작했다. 그들은 "회사가 끝내 우리 목숨을 원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각계의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만든 '공동대책위'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길거리에 쫓겨나 1000일을 싸웠다면 아무리 싫은 상대라도 존중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며 개인의 미움을 넘어 전체를 위해 상생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관련 기사 : "당신의 '고통의 1000일'은 우리에겐 '치욕의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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