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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박산성'은 여의도 앞길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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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박산성'은 여의도 앞길에도 있다

[김종배의 it] 한나라당의 처방이 이것뿐인가?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말했다. "어제 촛불 집회로 국민의 뜻이 확인되었다"며 "이제 우리가 화답할 차례"라고 했다.

맞다. 이제 한나라당이 말할 차례다. 이건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절박하기도 하다.

이른바 '명박산성'이 상징하는 건 뚜렷하다. 차단이다. 촛불대행진을 차단한 것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요구도 차단했다. 청와대는 그랬다.

전면적인 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민을 향해 '재협상에 준하는 추가협의'를 거론하며 찔끔찔끔 땜질식 처방만 내놨다. 대통령은 재협상을 하면 경제에 더 큰 어려움이 닥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이제 한나라당이 말해야 한다. 전면 재협상을 하라고 청와대에 요구해야 한다. 그게 청와대를 살리는 길이다.
▲ ⓒ뉴시스

임계점에 다다랐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오는 20일까지 재협상을 하지 않으면 정권 퇴진 항쟁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시민들은 곳곳에서 비슷한 말을 토해낸다. '징하다'고도 하고 '깝깝하다'고도 하고 '징글맞다'고도 한다. 촛불집회를 시작한 지 40여일이 지나도록 입장을 바꾸지 않는 청와대를 향해 혀를 내두른다. 21년 전의 6.29선언이 6월 항쟁 19일 만에 나온 점을 상기하며 그 두 배의 시간을 보냈는데도 꿈쩍 않는 청와대를 성토한다.

부글부글 끓고 있다. 액체와 기체의 경계선에 서서 민심의 뚜껑이 들썩이고 있다. 이 기세가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 한나라당이 말해야 하는, 그것도 하루 빨리 말해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국가적 불행을 막고 국력의 낭비를 막아야 한다.

의원총회를 열어 재협상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그 당론을 공개적으로 청와대에 전달해야 한다. 야당이 요구하는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을 받아들이고 개정 일정표를 제시해야 한다.

이게 청와대를 살리는 길이다. 청와대가 재협상을 선언하지 않을 수 없는 국내 정치지형을 만들어주고 국제적 명분을 얹혀주는 길이다. 미국으로 하여금 재협상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음을 인정하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니다. 한나라당은 엉뚱한 길로 접어들고 있다.

강재섭 대표가 그랬다. 국민들에게 "이제 시위현장에서 집으로 돌아가서 정부의 획기적인 후속조치를 차분히 지켜봐주면 좋겠다"고 했다. 할 만큼 했으니 이제 그만 하라는 훈계다. 어제의 '100만 대행진'을 정점으로 촛불집회가 하향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내다보는 투다.

좋다. 그래도 좋다. 강재섭 대표가 말한 대로 '획기적인 후속조치'가 나오기만 한다면 집으로 돌아가는 걸 마다할 국민은 없다. 안 그래도 피곤한 상태다.

근데 별로 획기적인 것 같지가 않다. 강재섭 대표가 마저 말했다. "쇠고기 협상은 재협상에 준하는 추가협의를 통해 전개해 나가야 된다"고 했다. 청와대가 했던 말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거들었다. "이제는 우리가 화답할 차례"라고 운을 떼더니 겨우 내놓는 얘기가 "원점에서 새 출발한다는 각오로 청와대와 내각이 쇄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혀 획기적이지가 않다. '재협상에 준하는 추가협의'는 말할 것도 없다. 인적 쇄신 또한 그렇다. 획기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순리적이지도 않다.

이유를 밝히지 않는다. 그냥 뭉뚱그려 국정 난맥에 대한 책임이라고 한다. 이른바 정무적·도의적 책임 차원에서 장관과 수석 몇 명을 갈겠다는 얘기다.

이건 본말을 뒤집은 것이다. 졸속협상이 어느 부처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인지, 원칙에 충실하던 농식품부의 입장이 하루아침에 돌변했던 이유가 뭔지 전혀 밝히지 않았다. 정부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전면적으로 점검했다는 얘기도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냥 쇄신한다고 한다.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과 더불어 용단을 촉구하는데 그 부하 몇몇을 교체하는 것으로 만족하자고 한다.

문제의 근원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획기적'이란 수사를 붙이지만 국민은 '미온적'이라고 토를 단다. 눈높이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

이른바 '명박산성'은 서울 세종로에만 서 있는 게 아니다. 여의도로 향하는 마포대교에도 높디높은 '명박산성'이 버티고 서 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명박산성' 뒤에서 수성전을 펴는 모습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국민을 뒤에서 잡아끄는 역현상만 연출할 뿐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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