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 올리기 어렵네
11일 새벽 3시 30분경, 컨테이너 앞이 소란해졌다. 시민들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긴장감이 높아졌다.
충돌이 일어난 이유는 밤 동안 발언대 역할을 했던 '스티로폼 탑'을 높이자는 시민과 더 이상 올라가지 말자는 시민 사이에 의견 다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한 쪽에서는 "스티로폼 탑을 높여 이명박 대통령이 세운 탑에 우리가 올라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다른 입장의 시민은 "위험하다"며 제재하고 나섰다.
이 때 예비군들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특별한 의견 조율이 없었던 게 화근이었다. 예비군들이 쌓았던 스티로폼을 내리려 하자 스티로폼 단을 높이려는 사람과 곧바로 충돌했다.
밑에서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도 흥분하기 시작했다. 일순간에 많은 사람들이 스티로폼 계단 상단으로 밀려들면서 오르려는 사람과 이를 막으려는 사람 사이에 몸싸움이 격렬해졌다.
30여 분이 넘게 이어지던 시민들 간의 다툼은 "우리가 직접 올라가지 말고 깃발을 올리자"는 의견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면서 끝났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의견 다툼이 이어졌고 몸싸움도 벌어졌으나 새벽 4시 30분경 대기하고 있던 깃발들이 차례로 계단을 오르면서 다툼은 환호로 변했다.
이것이 MB식 소통인가
각급 단체와 대학의 깃발이 차례로 '명박산성'을 밟았다. 일단 깃발이 오르기 시작하자 깃발 행렬은 계속해서 늘어갔다. 새벽 5시 무렵이 되자 30여 명이 넘는 사람이 컨테이너를 밟고 깃발을 휘날렸다.
분위기는 단상에 오른 사람들이 현수막을 펼치면서 절정에 달했다. 현수막에 이날 현실을 풍자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기 때문. 현수막에는 '소통의 정부, 이것이 MB식 소통인가'라는 글이 커다랗게 쓰여 있었다.
한편 이날 오전 5시께 날이 밝으면서 경찰은 해산을 종용하는 방송을 시작했다. 이제는 시민 사이에 환호의 대상이 된 여경이 "컨테이너는 경찰 통제선입니다. 올라가면 안전사고 우려가 있으니 지금 즉시 내려가주시기 바랍니다. 촛불 집회 참가자 여러분, 날이 밝았으니 다른 시민의 불편을 고려해 귀가해주시기 바랍니다"고 얘기하자 시민들은 즉시 "노래해"라고 외치며 환호를 보냈다.
오전 5시 20분 현재 광화문 네거리에는 여전히 남아 있는 많은 시민들이 천천히 귀가를 이어가고 있다. 날이 밝도록 이어진 자유발언도 지금은 끝난 상태다.
오전 5시 30분 깃발을 흔들던 시민들이 모두 철수하고 마지막 한명이 스티로폼을 올려 태극기를 위에 꽂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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