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을 중심으로 남쪽으로는 남대문까지, 동쪽으로는 종로1가까지 도로를 가득 메운 인파를 보고 '6.10 촛불항쟁' 주최 측 관계자는 이와 같이 말했다. 그는 "컨테이너의 힘이 컸던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10일을 넘어 11일 새벽. 무대의 스피커가 꺼진 뒤에도 귀가하지 않고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컨테이너'가 최대 화제였다.
10일 새벽. 서울 광화문에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6.10 촛불항쟁'을 앞두고 경찰이 세종로 이순신 동상 앞에 컨테이너 박스를 쌓기 시작한 것. 아침부터 출근길에 시민들은 이 광경을 지켜봤고 교통 혼잡으로 인해 큰 불편을 겪었다. 그런데 시민들은 가만 있지 않았다. 휴대전화로 '디카'로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퍼 날랐고, 삽시간에 포털 사이트 최대 화제가 됐다.
그리고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경찰이 컨테이너에 '그리스'를 칠하는 장면, 용접을 하는 장면 등이 실시간으로 전파됐다.
"그거 보고 어이가 없더라고", "참 이명박 답지 않냐?", "아니던데 어청수 청장이 부산 에이펙 때도 컨테이너로 막았다던데" 등의 나름대로 추측들을 쏟아냈다.
컨테이너 앞은 '순례 코스'가 됐다. 재빠르게 '서울의 랜드마크'라는 플래카드가 걸렸고,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물론 '지나가는' 시민들도 컨테이너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한 인권단체는 "컨테이너를 넘어야 민주주의가 이뤄진다"며 컨테이너 앞에서 민주주의를 토론하는가 하면, 스티로폼으로 단을 쌓고 그 위에서 자유발언대를 열었다.
그동안 청계광장에 머물러 있던 촛불집회는 도로 행진을 하기 시작하면서, 또 경찰의 과잉진압이 이뤄지며 각기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도로 행진 후에는 경찰이 경찰버스를 동원해 길을 틀어막기 시작했고, 시민들은 경찰버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일부 시민들이 경찰버스를 공격하자 경찰은 물대포를 발사했고, 물대포와 전의경의 군홧발에 짓밟히는 여학생이 생겨났다. 시민들은 경찰버스에 밧줄을 매 끌어내기 시작했다.
경찰의 대응은 시민들의 경찰버스에 대한 공격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나름대로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 컨테이너였을 듯. 하지만 자충수였다. 이미 '광우병 쇠고기 문제' 보다는 공권력의 폭력과 이를 묵인하고 더 나아가 지시하는 이명박 정부로 시민들의 분노의 지점이 옮겨간 상태였다.
한 시민은 "컨테이너가 10만 명은 더 거리로 불러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청수 청장이 부산지방청장 시절 APEC에서 컨테이너를 이용해 효과적으로 시위대를 막았을지 모르지만, 이날 서울에 등장한 컨테이너로 이명박 정부와 경찰은 시민들의 더 큰 분노와 조롱만 얻고 말았다. '명박 산성'과 '레고 명박'이라는 신조어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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