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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협상' 외엔 길이 없다

<고성국의 정치분석ㆍ48> MB가 진짜 '실용주의자'라면

"대통령으로서 겁은 안 나는데 기분은 아주 나쁘고, 별 소득도 없는 현명하지 못한 방법"

청와대 행진에 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촌평이다.

정권퇴진 요구에 대해서도 "그냥 한 번 해보는 거는 괜찮은데 진심으로 믿고 밀어붙이는 것은 우리의 헌정 질서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강한 부정의 뜻을 분명히 했다.

민감한 시기, 민감한 문제에 대하여 퇴임한 지 석 달밖에 안된 전직 대통령이 발언하는 것이 적절한지의 문제와는 별도로 그의 발언에서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현 대통령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동병상련의 마음을 느낀다면 지나칠까?

각설하고. 72시간 릴레이 촛불집회를 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마음은 과연 어떠했을까. 조촐한 자축연이라도 열었어야 할 취임 100일이 "이명박 탄핵"을 외치는 시민들의 함성으로 뒤덮이는 것을 보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정권 출범 100일 만에 대통령실장이하 수석비서관 전원이 사표를 제출하고 총리 이하 국무위원 전원의 사표제출까지 임박한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 ⓒ뉴시스

국무회의가 "망연자실", 서로 얼굴만 쳐다보다 뿔뿔이 흩어지는 썰렁한 분위기로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까지 있고 보면, 대통령실이나 내각을 전면 쇄신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통상적인 국정운영조차 쉽지 않겠다는 데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과연 대통령실과 내각을 전면 쇄신한다고 지금의 난국이 수습되고 제대로 된 국정운영이 이루어지게 될 것인가? 아무도 자신 있게 그럴 것이라도 답하지 못하는 현실이 지금의 위기상황의 심도를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많은 이들이 청와대와 정부의 전면쇄신이 단행돼도 정국수습이 잘 안될 거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단 하나, 대통령이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7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형성된 성격과 마인드가 어떻게 하루아침에 변할 수 있겠느냐고도 하고, 강한 성격의 대통령이기 때문에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더욱 고집스레 밀고 나갔으면 나갔지 결코 중간에 자신의 뜻을 꺾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반면 그의 실용주의적 태도에 주목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그 동안에도 다수가 "아니다"고 하고 주위 사람들이 모두 다 "아니다"고 하면 결국은 자신의 뜻을 접고 다수 의견을 따라왔으므로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것이다. 다만 지금은 목숨을 걸고 간언하는 충신들이 가까이 없어 걱정되므로 차제에 주위 사람들을 대폭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덧붙여진다.

어떤 주장, 어떤 분석이 맞는지는 단언할 수 없으나 희망과 기대는 있다. 그것은 그의 실용주의적 태도가 이 국면에서도 말 그대로 실용적으로 발휘돼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국민 통합적 국정운영이나 대화 지향적 정국운영, 더 나아가 국민 건강권과 검역 주권의 문제까지도 더 이상 철학적, 원론적으로 설명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현실적 이해관계 즉 타당성과 실현가능성의 측면에서 볼 때 쇠고기 재협상을 우회하는 어떤 길도 정국수습과는 거리가 먼 길이라는 "자명한 현실", 다시 말해 , 정국수습을 위한 대통령의 선택지가 극히 협소하다는 "자명한 현실"을 그야말로 실용적으로 설명하고 싶다는 뜻이다.

적어도 이 시점에서는 "청와대 행진이 겁은 안나나 되게 기분이 나빴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촌평에 대해서도 촌평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면 한다. 만약 촛불 집회 참가자들이 끊임없이 청와대 행진을 계속하고, 그 와중에 참으로 여러 우연적인 변수들 때문에 단 몇 사람의 시위대라도 청와대 경호 병력과 직접 맞부딪치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 상황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과연 어느 누가 책임 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은 지금의 상황이 매우 엄중하고 위험한 상황임을 거듭 인식해야 한다. 상황이 지금까지 어찌어찌 관리돼 왔다 해서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그야말로 아무데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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