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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도망치는 아이 뒤통수를 내리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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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도망치는 아이 뒤통수를 내리찍었다"

[인터뷰] 8일 경찰에 맞아 쓰러진 최모 군 어머니

촛불 집회에서 한 동안 잠잠하던 경찰의 무력 진압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에는 10대 청소년이 경찰의 방패에 뒤통수를 찍혀 쓰러졌다. 경찰이 아이를 폭행한 장소는 도로가 아닌 인도였다.

9일 오후 12시경, <프레시안>은 역촌 참사랑병원에 입원 중인 14세 최 모 학생의 어머니 김효숙 씨(40)를 만났다. 어머니, 학교 친구 및 교사들과 함께 촛불집회에 나갔던 최 군은 전날 오전 5시경 세종로사거리 교보생명 빌딩 앞 인도에서 경찰이 휘두른 방패에 왼쪽 뒷머리를 맞아 졸도했다.

김 씨는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과 무성의한 조치에 크게 분노했다. 그는 인권단체 등과 연계해 향후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이번 일에 대해 "현재 확인 중이다. 내일쯤이면 가해자 파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프레시안>은 김 씨와 약 30분가량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재 아이의 상태는 어떤가?

"아이가 병원에 후송된 후 말을 하지 않는다. 평소 말이 별로 없던 아이지만 당시의 충격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다행히 어제 저녁부터 음식을 먹는 등 기력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정확한 상태는 수요일(11일)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검사를 해 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다행히 병원에서는 '뇌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가슴이 먹먹해 한참을 울었다."

-당시 정황을 말해 줄 수 있나?
▲ 김효숙 씨가 사고 당시 최 군이 입고 있던 옷을 꺼내 보여주고 있다. 김 씨는 사과차 찾아온 경찰에도 이 옷을 보여주었다.ⓒ프레시안

"새벽 5시쯤인 것 같다. 아이 둘과 그 친구들, 대안학교 교사들과 함께 시청 앞 광장을 돌아다니며 여러 설치물을 둘러보다 광화문쪽으로 이동했다. 현장에 가니 시민들이 '경찰이 소화기를 뿌리고 있어 위험하니 인도로 올라가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인도로 올라갔다. 그 순간 전경들이 방패를 마구 휘두르며 우리 쪽으로 돌진했다. 너무 놀라 아이들 손을 잡고 뒤로 물러서려 했는데 갑자기 애가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뒤통수에서 피가 계속 흘러내려 '아이가 다쳤다'며 비명을 질렀다.

경황이 워낙 없어 아이들 손을 놓쳐 버렸다. 같이 있던 아이들 몇 명은 경찰에 떠밀려 순식간에 나와 떨어졌다. 애들은 나중에 시민들이 다 찾아줬다.

다행히 의료팀이 곧바로 달려와 알코올로 상처부위를 소독하고 있었다. 경찰에는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요구하며 계속 길을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경찰이 끊임없이 달려와 길을 막아버렸다. 우리는 완전히 경찰에 의해 고립된 상태였다.

지휘관으로 보이는 사람은 우리 말을 못 들은 척 했다. 아무런 조치를 취해주지 않았다. 어떻게 아이가 다쳤는데 그럴 수가 있나? 너무 다급해 '경찰차라도 불러라'고 했지만 역시 요지부동이었다. 전경들은 나도 방패로 밀고 있었다. 한 30분 정도 지나서 구급차를 타고 곧바로 신촌 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이동했다. 아이 왼쪽 뒤통수가 5㎝ 가량 찢어졌다."

-당시 전경의 분위기는 어땠나?

"대단히 위협적이었다. 방패를 마구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욕지거리도 계속 내뱉었다. 그나마 의료팀이 곧바로 달려와 보호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고가 난 정확한 위치는?

"교보생명 빌딩과 그 앞에 있는 정자(비각)사이다. 다 인도 위에서 일어난 일이다."

-아이는 당시 정황을 기억하고 있나?

"애는 쓰러지면서 곧바로 의식을 잃었다. 후송 도중 정신을 차렸지만 '기억이 안 난다'고만 한다. 하지만 목격자들은 많다."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줬나?

"절대 이번 일을 잊어버리지 말자고 했다. 그 전에도 살아가면서 겪는 잘못된 일은 잊을 것이 아니라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가르쳤다(현재 최 군은 평택지역 대안공동체에서 운영하는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다. 김효숙 씨 역시 이 학교 교사다)."
▲ 사건 당시 최 군이 입고 있던 옷. 뒤통수에서 흘러내린 피가 옷에 그대로 남아 있다.ⓒ프레시안

-경찰에서는 이 일과 관련해 사과가 없었나?

"오늘 아침 11시쯤 은평경찰서 정보과에서 경찰관 하나가 찾아와 '미안하다'고 말했다. 나는 화를 냈다. 아이가 입고 있던 피 묻은 옷을 보여주며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따졌다. 단순히 가까운 곳에 있는 경찰관이 출근하듯이 들러 사과한다고 잊혀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이가 또래보다 덩치가 작아 초등학생으로 보인다. 누가 봐도 조그만 애로 보인다. 어떻게 시민의 지팡이라는 경찰이 어린 아이를 그런 방식으로 폭행할 수 있나?"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참인가?

"일단 아이를 내리친 전경의 처벌을 요구한다. 아이가 경찰의 생김새를 말하긴 어렵지만 얼굴을 보면 기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단순히 가해자만 처벌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관계자 전체가 사과하고 물러나야 한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물론, 대통령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현재까지는 아이를 돌보느라 경황이 없었지만 앞으로 인권단체 사람들과 공동으로 대처할 예정이다. 국가에 직접 배상을 요구할 것이다."

-이번 일을 겪으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

"대통령은 '광우병 쇠고기 먹기 싫으면 안 사먹으면 될 것 아니냐'고 말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집회에 나오는 시민들을 '사탄'으로 내몰고 있다. 이제 경찰은 14살짜리 꼬맹이의 머리를 방패로 친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재협상은 안 된다'고 말한다. 우리가 먹고 살아야 할 것에 대한 문제인데 미국에 양해를 구한단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고도 이 나라가 이렇게 조용히 있나? 이 나라 국민인 것이 이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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