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7일 쇠고기 협상 파문과 관련해 미국 부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협조를 당부했으나 야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재협상 말고는 해법이 없다는 게 야당의 공통된 반응이다.
야권 "국민 전체를 상대로 한 전화 사기극, 재협상만이 유일한 길"
8일 오전 통합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동문서답"이며 "국민전체를 상대로 한 전화 사기극"이라고 비난했다.
차 대변인은 양국 정상의 통화를 "정치위기를 모면하려는 것"으로 규정하고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당당한 재협상이지 제2, 제3의 굴욕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아무런 실효성 없는 자율규제, 정부보증, 이런 청탁 전화는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정부의 조치가 아무 실효성 없는 조치라는 것을 모든 국민이 다 알고 있다"며 "뻔한 거짓말을 요란스럽게 하는 그런 뛰어난 재주가 이 정부에게 있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그는 "이제 국민도 지치고 저희 야당도 지치고 그렇게 된다면 이 정부는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은하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한심한 말장난과 전화통화로 국민을 속이려 하지 말라"며 "전화 쇼는 필요 없다. 무조건 재협상 하라"고 촉구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논평을 내 "국민은 한 달이 넘도록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검역주권을 포기한 굴욕외교도 모자라 이제는 구걸외교까지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쇠고기 협상의 근본적인 문제는 검역주권의 포기임에도 불구하고, 장관에 이어 대통령까지 나서서 본질은 외면한 채,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는 제발 팔지 말아달라'고 애걸복걸하고 있다"며 "참으로 한심하고 어이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과 정부는 끊임없이 말 바꾸기와 거짓말로 국민을 호도하지 말고, 진정으로 부시대통령이 '협조하겠다'고 했으면, 그 말을 토대로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국민이 지금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 대통령과 정부가 똑바로 알지 못한다면 정말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대표, 권영길 의원, 곽정숙 의원 등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시청 농성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간 수출입업자들끼리 합의를 통해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수출도 수입도 하지 않겠다는 수출자율규제는 국민의 건강권과 검역주권을 포기하는 또다른 선언"이라며 "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재협상을 요구했어야 한다"고 맹비난 했다.
이들은 "온국민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정작 부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재협상은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으니 국민은 이를 좌시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강형구 수석 부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한미 정상의 꼼수통화"라고 평가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과 미국 정부는 재협상의 의지가 없다"며 "양치기 소년처럼 거짓말을 반복하다보니 이명박 정부가 어떤 말을 해도 국민이 믿질 않고, 그러니 이제 SOS를 쳐서 부시 대통령이 거짓말을 대신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강 부대변인은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재협상을 선언하면 된다"며 "미국 정부도 '한국에 들어가서는 안 될 물건이 수출되지 않게 할 의지'가 있다면 재협상에 응하면 된다"고 못 박았다.
진보신당 이선희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얼리 덕과 레임 덕의 안전하지 않은 통화"라고 비꼬았다. 그는 "자기 나라 국민의 안전 대책을 누구에게 요청하고 있는가"라며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미국 대통령이 뭐가 아쉬워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을 강구하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문제의 본질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법적 실효성도 없는 두 정상 간의 통화를 믿고 국민들이 촛불을 내려 놓지 않을 것"이라며 "쇠고기 재협상만이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으며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도 지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나라 "쇠고기 걱정 해소할 단초 마련한 것"
한편 이런 야권의 목소리와는 달리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외교적으로 재협상의 어려운 측면을 감안해 30개월 이상의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이례적으로 한미 정상이 직접 나서서 우리 국민의 마지막 우려와 불안을 해소시키는데 합의한 것"이라고 환영했다.
조 대변인은 "정부가 국민과의 신뢰회복을 위해 국제신인도 하락까지 감수하며 모든 조치를 강구하는 중에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약속을 받음으로써 쇠고기 문제에 대한 국민의 걱정을 해소할 수 있는 단초가 열렸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더불어 "이제 쇠고기 논란은 막을 내려야 한다"며 "더 이상 촛불이 타오를 이유는 사라져 버렸고 야당의 그 어떤 장외투쟁의 근거도 명분도 존재하지 않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 쇠고기 촛불과 장외투쟁이 아닌 '민생, 나라의 미래, 국익'을 위해 불을 밝히고 세계와 경쟁하는 성숙된 모습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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