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저녁, 전직 북파공작원을 자처하는 이들이 물러난 서울시청 앞 광장에 구름처럼 사람이 몰렸다. 이날 저녁 7시부터 8시 30분께까지 진행된 촛불문화제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다.
광장에 모인 사람의 수는 가파른 속도로 늘어났다. 주최 측과 경찰 모두 참가자 수를 집계하기 어려워했다.
이날 무대에 섰던 사람 가운데 한 명인 원진경 변호사는 서울대 국악과 학생 이 모 씨의 자필 편지를 낭독했다. 최근 촛불 집회에 참석했던 이 씨는 진압하던 경찰의 군홧발에 머리를 밟혀 크게 다쳤다. 정부는 해당 경찰을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씨는 편지에서 "그 전경이 구속되는 것을 반대 한다"라고 밝혔다. 폭력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원 변호사가 낭독한 이 씨의 편지 전문이다.
가해전경과 부대를 밝힌 것은 늦었지만 다행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직접 가해한 전경이 우발적으로 나를 폭행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진실과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폭력 강제 진압의 경위, 폭행을 가능하게한 진압 지휘, 2차 폭행, 그리고 현장 지휘자들의 방조 등 밝혀야 할 사실이 아직도 많습니다. 더구나 직접 폭행 전경에 대해서만 사법처리를 한다는 경찰의 조치는 본질을 호도하는 것입니다.
물론, 해당 전경 역시 폭행한 것은 지극히 잘못한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의 분위기는 경찰진압 전체가 지극히 조직적.폭력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당시 해당 전경에게 폭행을 당했을 때, 현장 지휘관들의 제지도 없었고 당시 차 밑에서 나온 후에도 폭행이 가해진 점을 보아도 나에 대한 폭행 역시 조직적이었다고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진압에 동원된 나와 같은 나이의 어린 전경에게만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전경 역시, 나와 같은 또래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그 자리에 섰던 것입니다. 나는 그 전경이 진압 명령을 지시받고 당시의 폭력적인 분위기에서 그런 행위를 하게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경과 나를 가해자와 피해 당사자로 세워놓고 그 뒤에 정작 책임을 물어야 할 진압 명령자, 이런 사람들을 모두 빼버리는 것은, 나에 대한 2차 가해입니다. 현재 나는 육체적, 정신적 피해가 계속되고 있고 억울함과 분노가 남아있지만 해당 전경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면 용서하겠습니다.
특히 그가 이번 사태로 구속되는 것은 정말로 반대합니다. 오히려 갈수록 이런 조직적, 폭력진압을 하게 만든 소위 위정자들과 경찰 지휘부에 대해 분노가 커져갑니다. 내가 당한 육체적, 정신적 피해에 대해 진정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이번 사태를 낳은 정치인들과 관료들, 그리고 이날 폭력적으로 시민들을 진압하도록 명령한 경찰 지휘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진짜 가해자이고 그들이 먼저 처벌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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