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밤 11시께,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 20만 개의 촛불이 피어올랐다.
"이명박은 물러나라"
"가자, 청와대로!"
구호가 쩌렁쩌렁 울릴 때마다, 촛불이 일렁였다. 밤이 깊어갈 수록 거리에 나선 시민의 수는 늘어가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촛불 집회다.
이날 저녁 7시부터 8시 30분까지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는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문화제가 끝난 뒤, 시민들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시내 곳곳을 행진했다.
이렇게 행진하던 시민들 대부분은 이날 밤 10시 30분께, 다시 광화문에 모였다. 일부 시민들은 안국역 근처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시내를 행진하는 동안 시민들이 지켰던 원칙은 다음 세 가지였다.
첫 번째 원칙은 "이날 밤 동안 서울시내 곳곳을 돌며 시민들을 동참시키자"는 것.
두 번째 원칙은 "촛불을 들고, 청와대로 향하자"는 것.
세 번째 원칙은 "만약 청와대로 가는 길이 막히면, 광화문 네거리에 모여 시민 대축제를 열자"는 것이다.
이날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한결같이 흥겨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구에서 올라온 박은정 씨는 "인터넷 동호회 회원 4~50명과 함께 서울에 왔다"고 했다. 박 씨는 "대구에서 인터넷을 통해 서울의 집회 상황을 볼 때는 '저렇게 힘든 걸 어떻게 하나' 싶었다. 하지만 막상 집회에 참가해보니, 흥겨워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리는 것도 좋지만, 지방에서도 자주 열려야 한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대학생 김 모 씨는 "이제 시민이 광장의 주인이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라는 말을 자주 듣지만, 먼 이야기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여러 차례의 촛불 집회를 거치다보니, 민주주의가 왜 소중한지를 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 주변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는 모임이 종종 눈에 띄었다. 또 하루 전과 마찬가지로 곳곳에서 음악 공연이 벌어져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흥을 돋웠다.
이날 역시 집회 현장 곳곳에서 김밥과 음료수를 무료로 나눠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인터넷 사이트 디씨인사이드 안에 있는 '음식- 기타 갤러리'에서 활동하는 도세진 씨도 그 중 한 명이다. 캐나다 교포인 도 씨는 "촛불 집회 참가자들에게 김밥을 나눠주기 위해 다른 회원들과 함께 모금을 했는데, 불과 5일만에 5600만 원이 모였다"라고 말했다. 도 씨는 "이렇게 모인 돈으로 매일 5~8000줄의 김밥과 생수, 초코파이, 초코바 등을 사서 나눠주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서울시청 앞 프레지던트 호텔 근처에서 시민과 특수임무수행자회 회원들이 잠시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대학생과 변호사 등 일부 시민이 다쳤다.
그리고 이날 밤 11시께,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 근처 골목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시민 한 명이 크게 다쳤다. 이 골목길은 비좁고, 가팔라서 사고 위험이 큰 곳이다. 따라서 인권활동가들은 자칫 경찰의 강경대응이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까하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어 이날 자정께, 경찰이 새문안교회 근처에서 시위대에게 소화기를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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