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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협상·꼼수돌파 싫어!'…한 판 저항의 카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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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협상·꼼수돌파 싫어!'…한 판 저항의 카니발

[현장스케치] MB는 보았나, 축제 같은 집회를

'72시간 릴레이 촛불시위'가 시작된 5일 밤 9시 서울 덕수궁을 둘러싸고 멈춰서 있던 8만 여개의 촛불이 하나둘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집회가 끝나고 거리행진이 시작된 것이다.

뒤늦게 도착한 이들은 촛불을 받아들고 행렬을 뒤따랐다. 행진은 끝없이 이어졌고 깃발을 든 대학생도, 뒤따르는 시민들도 즐겁고 유쾌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거대한 촛불의 행진을 지켜보던 거리의 한 시민은 "끝이 없네. 끝이 없어"라며 탄성을 질렀다.

행렬은 덕수궁 대한문을 출발해 남대문, 신세계백화점, 종각을 거쳐 자정 무렵 다시 광화문 사거리에 도착했다.

축제같은 집회…곳곳서 공연과 춤
▲ 이날도 아이들과 함께 집회에 나온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이 많았다 ⓒ프레시안

시민 모두의 축제였다. 촛불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이들과 연도의 시민들은 어느 새 이심전심이 됐다. 걸어가는 이들이 '이명박은 물러가라'를 외치면 서 있는 시민들이 같은 구호로 화답했다. 구호에 맞춰 경적을 울리는 차량도 있었다.

서울에 출장 왔다가 집회에 참석했다는 경상대 모 교수는 "이런 집회는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새로운 방식일 것"이라며 "민주주의의 새로운 형태"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소통을 제도로 끌어들이고 정치에 투입시키는 것이 관건인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아직도 자율 규제 정도로 눈속임을 하는 등 시간 벌기 스타일을 보이고 있다"며 "그런 태도는 정치의 위기를 몰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도 아는 걸 MB만 몰라요"

시위대의 흥을 돋구는 발랄한 노래가 들려왔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이.명.박.은. 물.러.가.라.
외쳐보겠네~ 외쳐보겠네~"


이날도 아이들과 함께 집회에 나온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이 많았다.

송윤상 씨 가족은 여태까지 계속 집회에 참석했다고 했다. 7살 은서 양은 경찰이 물대포를 처음으로 쏘던 날에도 현장에 있었다. 송 씨는 "미국산 쇠고기도 쇠고기지만 의료보험, 수도 민영화 등이 더 걱정"이라며 "며칠 전 탄압도 이제까지 있었던 민주주의를 뒤집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은서도 한 마디 거들었다.

"이명박 아저씨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데 왜 아저씨만 몰라요. 이명박 아저씨 국민이 싫어하니까 이제까지 했던 일 다 취소해요 당장"
▲ 촛불집회의 마스코트가 된 '촛불소녀'를 들고 나온 참가자들 ⓒ뉴시스

과천에서 온 한정연 씨 가족도 정부에 대한 불만을 한 마디씩 털어놓았다. 한 씨는 "학교에서 급식을 하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다, 믿을 수가 없다"며 "이명박 정부가 한 정책 중에 특히 영어 몰입교육이 나쁘다. 학교가 준비되어 있는 것도 아닌데 학원 교육만 커지는 거 아니냐. 공교육을 해치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아들 이우인(9) 군도 "이명박 아저씨 때치하러 나왔다"며 "광우병 쇠고기 수입해서 나쁘다. 지금 쇠고기 먹으면 내가 19살이 되면 머리에 구멍이 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 ⓒ뉴시스

시민악대와 드럼 연주

시민악대는 이날도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주 금요일 처음 등장한 시민악대는 구성원을 정하지 않은 채 포털사이트 '다음' 토론마당인 '아고라' 모임에서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그날 그날 모여 연주하는 자유로운 악대다. 전혜리(닉네임 벌레) 씨가 처음 제안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축제같은 집회 분위기에 대해 이들은 "우리가 비폭력을 중요한 동력으로 끌고 가고 있는데 너무 가벼워져도 문제겠지만 지금같은 평화적인 분위기가 참 좋은 것 같다"며 "특히 전경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무서워하고 긴장하고 있을 때, 금관악기를 불어주면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광화문 사거리 한켠에서는 '꽁지머리 이영용의 드럼서클'이 시민들과 함께 50여개의 북을 치며 흥겨운 마당을 만들었다.

이영용 씨는 시민들과 북을 같이 치는 의미에 대해 "음악은 연주자와 청취자가 따로 없는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는 높으신 분들이 하고 시민들은 그냥 보기만 하라는 것 같은데 사실 정치도 시민들과 같이 하는 것아닌가. 우리가 북을 치는 걸 보고 대통령이 느끼는 바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오늘은 시민 모두의 축제였다. 촛불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이들과 거리의 시민들은 어느 새 이심전심이었다. 행진하는 시민들이 '이명박은 물러가라'를 외치면 지나가던 시민들이 같은 구호로 화답했다. 지나가는 차량은 '이명박은 물러가라' 8박자 구호에 맞춰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프레시안

전경들 '꼭꼭 숨어라 헬멧 보일라'

촛불집회와 거리행진이 계속되는 동안 전경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경찰차로 만들어놓은 바리케이드 너머 앉아있기 때문이었다. 앞선 집회에서 전경들이 바리케이드 옆에서 줄맞춰 정렬해 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폭력 진압으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시민들이 대거 참여한 시위에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버린 듯했다.

그래도 경찰 차량 앞에서는 실랑이가 벌어졌다. '전·의경 사랑 시민모임' 회원 40여 명과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 간 말다툼이 벌어졌다. 시민들이 이 모임 회원들에게 "의경을 자녀로 둔 부모는 부끄러운 줄 알라"고 하자 이 모임이 발끈하고 나선 것.

전·의경의 부모와 예비역 등으로 이뤄진 이 모임은 "전의경도 갈비뼈가 부러지고 허리가 다쳐서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어떤 언론도 이런 얘기는 전해주지 않는다"며 "시위대도 평화 시위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전의경도 명령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그러는 것"이라고 말했다.

거리행진을 끝내고 광화문 앞에 운집해 있던 시위대 중 일부 대학생과 시민들 1000여 명은 서대문을 지나 신촌 로터리를 향해 행진하기 시작했다.
▲ ⓒ뉴시스

▲ ⓒ뉴시스

▲ 시위에 참가한 어린이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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