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활기가 있는 한국을 보는 것은 오랜만인 것 같다. 매일 힘든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에게 아주 유쾌한 봄비인 것 같다.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이명박 OUT!' 을 외치며 자주적으로 밤새도록 시위를 하는 시민들은 다른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광경일 것이다. 이처럼 꺼질줄 모르고 계속해서 타오르고 있는 시민의 힘을 보면서 한국사회의 희망이 점점 밝아지고 있다고 느껴진다.
정신 못차리는 정부와 야당의 눈치보기
신문과 방송 보도를 보면 참 한국이라는 나라가 민주주의국가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많은 국민들이 반대를 하는데 국민에게 하는 말이 미국한테 한번 물어보겠다는 것이다. 이완용이 한국을 팔아먹은 이래 최대 수치가 아닐까? 누가 보아도 미국 쇠고기는 연령대에 관계없이 위험하다. 내가 소라도 공장형 목장에서 자라면 미칠 것이다.
일본에서 과학자들과 학계의 사람들은 국민 건장을 지키려고 자민당 정부의 미국 쇠고기 수입에 대해 반박논리와 증거를 만들고 제시하고 자민당이 수입재개 하자고 하니까 책상 차고 나와버렸다. 결국 20개월 미만의 살코기만 수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이런 검토의 과정없이 그냥 그대로 국민건강은 나몰라라 하고 미국 상대로 장사나 하려고 하고 있으니…. 창피하고 분하고 너무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1%의 위험이 있더라도 수입을 금지해야 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미국 쇠고기를 막기 위해 비폭력으로 끝까지 아침까지 꿋꿋이 시위를 하는 시민들을 보면 참으로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요즘 야당, 특히 통합민주당이 이 운동에 무임승차를 하려 하고 있고 시민운동의 힘이 가로채기 당할까봐 걱정이 된다.
미국 쇠고기부터 시작해서 비정규직, 공기업민영화가 갑자기 나온 말인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생각해왔던 방향이고 노무현 자신도 신자유주의는 대세라고 얘기하지 않았던가? 그걸 이명박이 좀더 강하게 했을 뿐 차이는 없다고 본다. FTA 반대 투쟁 때, 미군 기지 건설 반대 대추리싸움 때 농민들과 마을 주민들을 무참히 밟은 정부는 어떤 정부였고 그때 집권당이 어느 당이었던가?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좀더 똑똑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속는 것도 이제 그만!
부안 핵폐기장 반대 싸움에서 우리가 얻은 지혜…역사에서 배웁시다!
지금의 싸움과 부안의 싸움이 같은 주제는 아니지만 해결책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부안의 싸움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 정부는 핵폐기장 강행을 예고했고 시민들은 오랜 시간동안 싸웠다. 그에 대해 대책위가 내놓은 대안이 무엇이었던가? 그것은 바로 '주민자치투표'였다. 선거관리위원회를 제쳐두고 주민들이 스스로 선거를 만들었다. 결과는 어떠했는가? 주민자치투표로 압도적인 반대로 결국 정부의 강행을 주민의 힘으로 쓰러뜨렸다. 이것은 정말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제도 자체를 거부하고 오히려 제도를 주민들 스스로 만들었다. 현재 다수당이 한나라당이고 대통령까지 하고 있으니 시민의 분노를 국회로 가지고 가는 것은 별 그리 기대할 만한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선이효순이 싸움 때 불평등한 한미SOFA개정을 얘기했지만 결국 그 안에서 어떻게 처리되었는가? 그당시 군인들은 지금 재판을 받고 감옥에 있는가? 결국 시위대가 무능력한 정부(강부자, 고소영정부)에게 협상을 맡기는 식으로 운동이 진행된다면 우리의 민주적 권리가 두번 빼앗기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잘 생각해 보자. 지금까지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이명박 정부가 국밍을 위해서 협상해 줄 것 같은가? 들어간 노력에 비해 얻을것이 조금밖에 없으면 싸움은 왜 했는가라고 허탈감에 빠질 것이다.
부안의 실례에서처럼 시민들이 자치적으로 할수 있는, 아니 직접 민주주의를 행사할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우리의 열정과 힘이 좋은 성과로 수렴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왕 시작한 것이니 많큼 시민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많이 챙기지 않으면 안된다. 국민을 위해서는 이기적인 시위대가 되고 챙길 거 왕창 챙기자!
미국산 쇠고기 반대운동의 모든 권력은 참가자로부터 나온다!
이번 싸움에 대해서 구체적인 대안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지금 모두가 생각하는 고민인 것 같다. 단순히 미국산 쇠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이명박 퇴진, 의료민영화 등 지금까지의 불만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대책위로서는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혹여나 대책위가 시위대와 민주적인 소통이 없으면 아마 이번 운동에 대한 패배감, 불신 그리고 허탈감만이 쌓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결국 이명박에게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귀착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지금까지 뭐했나?'라고 하는 얘기가 나오면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대책위가 명심해야 할 첫 번째는 바로 이번 미국 쇠고기 반대 운동의 모든 권력(의사결정과 운동의 방향)은 참가자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이다. 국가의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는데 시위대의 권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데 우리 안에는 민주주의가 없다? 이건 모순이다.
모든 시민이 국가의 주권자임과 동시에 집회 안에서도 민주주의를 행사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에 걸맞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싸움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기 때문에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또 속고 넘어간다면 이제까지 부상당한 사람들과 열정이 상대적으로 가치를 잃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대책위의 의사결정구조를 좀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책위에서 실무적인 준비라든가 여러가지로 고생을 하시는 것을 보면 참 수고하신다는 생각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에 대한 민주적인 토론이 촛불시위와 함께 동시적으로 지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미국산 쇠고기 및 현 정권의 정책에 대한 대한민국 시민투표라든지….
추신: 끝으로 이번 싸움에서 분신을 시도하신 두 분과 경찰 폭력을 당한 시민들에게 빨리 회복되기를 바라는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없는 시간 쪼개서 매일 촛불시위와 가두행진에 참가하고 있는 모든 시민들에게 외국에서 참가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대신해 제가 고개 숙여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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