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최근 촛불집회에 참석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었을 노래 '헌법1조'의 가사다. 촛불을 든 시민을 향해 경찰이 몽둥이를 휘두르는 상황에서 이런 가사는 얼핏 모순처럼 들린다. 국민이 내는 목소리가 "국민으로부터 나온" 권력에 의해 가로막혔으니까.
공권력이 휘두르는 폭력에 익숙한 이른바 '386'세대와 달리, 10·20대 젊은이들은 이런 모순을 몹시 당황스러워한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역사는 이런 모순을 극복해가는 과정이었다라는 게 인권활동가들의 설명이다. 시민의 투표로 선출된 권력이 부메랑이 돼 돌아와 시민을 때린 사례는 무수히 많다는 것. 감시받지 않고, 제어되지 않는 공권력이 언제라도 야만적인 폭력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권력을 제어하고 감시하는 실천이 빠진 민주주의는 "뜨거운 얼음"처럼 형용모순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이런 설명에 따르면, 최근 이어지는 촛불집회는 민주주의를 배우기 위한 좋은 학교다. 촛불로 환한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배우고 토론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다음은 5일 저녁부터 시작하는 72시간 연속 촛불 집회를 앞두고, 인권단체 연석회의가 마련한 '헌법 1조 길거리 특강' 소개글이다.
안녕하십니까?
72시간 국민행동에 인권활동가들이 동참합니다. 민주주의가 꿈틀대는 거대한 정치공간에서 인권을 알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힘 있는 요구를 훼손시키지 않고 잘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을 시민들과 함께 토론하는 자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입니다. 거리시위와 병행되기 때문에 매우 유동적으로 프로그램이 운영될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헌법 1조 길거리 특강>
헌법 1조는 이번 촛불집회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인기곡 중에 하나입니다. 국민들이 그만큼 '주권'의 회복을 갈망한다는 의미겠죠. 헌법 속에 잠자고 있는 '국민주권'을 흔들어 깨우는 수 십만의 목소리를 좀 더 단단한 정치적 힘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인권적 토대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토론도 함께 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법학자나 변호사, 연구활동가들의 강의와 함께, 시민들의 활발한 토론을 이끌어 보려고 합니다.
강의 일정
- 5일 거리시위 후 (12시경, 시청광장) : 백승헌 (민변 회장) 류은숙 (인권연구소 '창')
- 6일 거리시위 후 (12시경, 시청광장) :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
- 7일(점심무렵) : 손우정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학부 교수/ 섭외 중)
<공권력 인권침해 사례 접수 및 상황실 운영>
인권활동가들의 공권력대응 활동에 시민들이 호응하고 있습니다. 이미 네티즌에게 집시법은 엄청난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경찰 폭력, 불법채증, 불법연행 등 시민들의 공권력에 대한 분노는 촛불을 모이게 하는 강력한 화력이기도 합니다. 현장에서 공권력의 인권침해 사례를 모으고 감시팀 상황실도 운영할 예정입니다. 참, 집시법 폐지 서명도 함께 받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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