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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에 안 넘어간다…이젠 텐트 들고 모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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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에 안 넘어간다…이젠 텐트 들고 모이자!"

[현장] 빗속 촛불 '텐트 물결' 예고…72시간 '행동' 전야

어느덧 '촛불'은 서울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어둑해져가는 4일 저녁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길목 곳곳에서 시민들은 발걸음을 옮기며 서류 가방 속, 핸드백 속에서 주섬주섬 손피켓을 꺼내 들었고, 익숙한 듯 양초를 건네 받았다. 지하철 안에서부터 아예 피켓을 가슴 앞에 든 채 '나홀로 시위'를 벌이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쳐다보는 이는 별로 없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는 이날로 스물여덟 번째 열렸다. 바람부는 쌀쌀한 날씨도 촛불 앞에서는 별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재협상 불가 입장을 고집하는 정부의 태도가 사람들을 더욱 자극했다. 수백 명 정도로 보였던 인원은 행사가 마무리될 무렵인 오후 8시 30분 무렵에는 50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집회 후 어김없이 거리 행진이 시작됐다. 이날 참가자들은 청와대로 향하는 대신 광화문-종로-을지로-명동-남대문을 지나 다시 시청 앞 광장으로 한바퀴 돌아 행진을 마무리했다. 대신 이들은 5~7일 열리는 72시간 릴레이 국민 행동과 6월 항쟁을 기념해 열리는 오는 10일 1000만 촛불대행진을 홍보하며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국민이 아니라 상업 위한 정책…뻔히 보이는데?"

"그건 구걸이다.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실질적으로 식탁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이 아니다."

초등학교 4학년과 2학년 아이를 데리고 나와 촛불을 밝힌 윤영섭(43) 씨는 지난 3일 '자율 규제'를 언급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발표를 한 마디로 이렇게 정리했다.
▲ 이날 모의고사를 마친 많은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다. 고등학교 3학념 김이슬(가명) 양은 정운천 장관의 발표에 "어이가 없어서 웃음 밖에 안 나온다"고 일갈했다. ⓒ뉴시스

모의고사를 마치고 3명의 친구와 함께 참석한 고등학교 3학념 김이슬(가명) 양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 밖에 안 나온다"고 일갈했다. 그는 "지금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 중에 많이 과장된 말도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시민들의 불안에는 이유가 있다"며 "아무리 1%라고 해도 시민의 안전에 위험이 있으면 막아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처음 촛불 집회에 참석한다는 김다용(26) 씨와 최민희(31) 씨는 "(정운천 장관의 발표는) 정부가 재보궐선거 때문에 쓴 미봉책"이라며 "그것 때문에 참가자 숫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 왔다"고 말했다. 최민희 씨는 "물론 광우병 위험이 우려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정부의 태도가 국민을 위한 게 아니라 상업적인 이익을 고려하는 게 뻔히 보여서 참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을 기만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뻔히 보이지 않나"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탄핵이 되든, 협상을 철폐하든, 이제는 정말 뭔가를 해보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란히 촛불을 들고 참석한 박이섭(가명·67) 씨와 강금순(가명·65) 씨는 "답답하잖아"라며 촛불 집회에 참석한 심정을 밝혔다. 박 씨 역시 정운천 장관의 발표를 놓고 "대통령도 못 믿는데 외국 장사치들을 어떻게 믿나"라며 "아무래도 대통령이 처음 협상을 할 때 술을 마셨거나 이상한 약을 먹고 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강 씨는 "우리 때 잘못 사용해서 피해를 입은 고엽제는 지금까지도 그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며 "하다 못해 잠복기가 10년이 넘는다는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하는 건 절대 반대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앞에 텐트의 물결을 만들자"

"한두 번 속아야지. 수입 금지 될 때까지 나올거야."

스무 번도 넘게 촛불 집회에 나왔다는 김홍수(50) 씨는 "분노를 느끼고, 한이 맺혀서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매번 나오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자원 봉사도 하게 됐다. 행사가 진행되는 무대 옆에서 부지런히 종이컵에 양초를 꽂아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그의 손은 인터뷰 중에도 쉴새없이 움직였다. 촛불 집회에 나오면서 본업인 목수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한 그는 "다 같이 잘 살아야 하는데 이 정부는 말로 경제를 살리나"라며 "서민들 살지도 못하게 물가만 오르고 있다"고 질타했다.

촛불 집회가 시작된 이후 시간이 날 때마다 용산에 있는 직장에서 시청 앞까지 달려와 참석한다는 박정혁(32) 씨는 "이건 광우병도 큰 문제이지만 민주주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본다"며 "지금 정부는 또 다른 형태의 독재를 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많이 모였으면 좋겠다. 1000만 서울 시민이 열흘에 한 번씩만 와도 100만 명 아니냐. 언제가는 진심어린 반성과 함께 뒤따르는 행동을 하면 시민들의 분노도 멈출 것"이라고 전했다.
▲ 시민들은 5~7일 열리는 72시간 릴레이 국민 행동과 6월 항쟁을 기념해 열리는 오는 10일 100만 촛불 대행진은 홍보하며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프레시안

이날 촛불 집회와 이어진 거리 행진은 오후 9시 40분경 시청 앞 광장에서 마무리됐다. 그러나 500여 명의 시민들은 '광화문으로 갑시다'라는 구호와 함께 촛불을 켠 채 광화문 사거리까지 행진을 계속했다. 그러나 '청와대 사수'를 위해 버스로 도로를 막아버린 경찰 앞에서 1시간 가량의 대치가 계속됐다. 시민들은 "물러나라"를 연호했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으며, 일부는 신호를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며 '합법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측은 "내일은 서로 손에 손에 텐트를 들고 나와 서울시청 앞 광장에 텐트의 물결을 일으켜 보자"며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 참여를 호소했다. 4일 오후 이곳에서 비상시국대표자회의를 연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100여 명은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곧바로 '릴레이 국민행동'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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