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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축제'가 준비한 MB 100일 선물은? '뚫어 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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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축제'가 준비한 MB 100일 선물은? '뚫어 뻥'

"광우병을 넘어 민주주의의 위기가 왔다"

3일 밤, 광화문의 촛불을 꺼질 줄 몰랐다. 서울광장에 이어 서울지방경찰청이 위치한 서대문 로터리에서 규탄집회를 가진 촛불문화제 참석자들은 청와대로 걸음을 옮겼다.

경찰의 폭력 진압과 이를 지시한 어청수 경찰청장을 성토하던 목소리는 다시금 단출해졌다. "이명박은 물러나라." 야심한 시각에도 자리를 뜨지 않은 2만여 참가자들은 무슨 주문처럼 이 구호를 끝없이 외쳤다.

서대문 로터리에서 광화문 사거리로 이동하는 길에 지나게 되는 문화일보 사옥 앞에선 "문화일보 폐간하라"를, 경향신문 사옥 앞에선 "경향신문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그렇게 10시 경 도착한 광화문 사거리. 일찌감치 경찰이 차량으로 방어막을 쳐 놓은 곳이다.

촛불은 즐거웠다

과잉진압 논란에도 아랑곳 않던 경찰이 이날은 물대포를 쏘거나 무자비한 방패를 휘두르지는 않았다. 이날 오전 고개를 숙인 정부의 대응 방침이 바뀐 탓이기도 했지만, 과잉 진압이 오히려 촛불을 키우는 현실을 이제야 자각한 듯 했다. 유난히 이날 참석자들 중엔 "경찰이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모습을 보고 참가하게 됐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 서대문로터리에서 광화문 쪽으로 이동하는 촛불문화제 참석자들ⓒ프레시안

경찰이 얌전하면 촛불시위도 평화로운 축제가 된다는 점을 일깨웠다. 길이 막힌 사람들은 광화문 사거리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축제를 '즐겼다'. 삼삼오오 둥그렇게 모여앉아 촛불을 앞에 두고 노래를 부르거나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을 구호로 압축해 외치기도 했다. 저지선 너머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향한 "버시바우 물러나라"라는 구호도 눈에 띄었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날 '재협상 불가' 입장을 확인했다.
▲ 거리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시민들은 저마다의 축제를 만끽했다. ⓒ프레시안

드라마 배경음악으로 꽤나 유명한 악단 '두 번째 달'은 아리랑을 연주해 참석자들이 이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시작하는 '촛불문화제의 애국가'와 '젊은 그대' 등 친숙한 대중가요도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판초우의'를 입고 머리엔 '뚫어 뻥'에 태극기를 단 기이한 복장의 40대 남성은 "아내가 직접 만든 이 '뚫어 뻥'이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 선물"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귀가 막힌 것 같다. 국민들 소리 좀 듣게 귀 좀 뚫으라고…."
▲ 참석자들은 이날 바리케이드 앞에서 즉석 축제를 열었다ⓒ프레시안

차량통행을 막아 선 경찰차에 사람들은 노란색 '불법주차' 스티커를 붙이는 '센스'를 보이기도 했다. 국민들의 '유쾌한 저항'은 경찰차량에 써 놓은 낙서가 백미. 기상천외한 삼행시, 사행시가 차량을 수놓았다.

'말 억울해요 오늘. 도 지지리도 없지, MB가 시켰어요. 벌을 받아야 해 MB는. 그리고 나도'(이날 오전 정부 대책을 발표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속내(?)'를 꼬집으며)

'떡해 폭력진압 들통 났어. 수야 대답 좀 해봐. 가 없어 ㅠㅠ'(강경진압의 화신 어청수 경찰청장을 비꼬며)

'중동이 뭐야? 심이 없어서 네 개도 무시하는 쓰레기들. 딩이 자식들!'(촛불문화제 혐오증을 보인 일부 언론을 비판하며)


이명박 대통령의 이름으로 지은 삼행시도 있었지만 다소 과격해서 생략.
▲ 경찰차량을 도화지 삼아 새로운 낙서문화(?)도 만개했다. ⓒ프레시안

연휴기간에도 릴레이 촛불문화제

광화문 사거리의 규탄집회는 자정을 넘겼다. 경찰과 시민들 사이 간헐적인 실랑이가 붙었어도 불상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늦은 시간 탓에 사람들은 삼삼오오 자리를 떴지만 참가자 일부는 시청 쪽으로 방향을 틀어 거리행진을 이어갔다.

강릉에서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상경했다는 대학생 김 모 씨는 "정치는 잘 모르지만 나라가 큰 일이 난 것 같다. 광우병 문제를 넘어 민주주의의 위기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가 중요한 것 같다"며 앞으로도 계속될 시위에 더 많은 국민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5일 저녁 7시부터 8일 저녁 7시까지를 '릴레이 국민행동의 날'로 정했다. 연휴 내내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곳곳에 쇠고기 협상 반대와 이명박 정부의 '100일 실정'을 비판하는 촛불이 타오를 예정이다. "연휴기간 동안 텐트를 치고 밤을 새워 촛불을 밝히자"는 제안이 쏟아져서 생각한 기획이라고 한다.

3일 관보 게재 유보와 재협상 생색내기에 이어 국정쇄신책 제시, 이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로 이어지는 정부의 여론무마 수순이 이 기간과 얼추 겹친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정답'과는 자꾸 멀어져가는 정부의 대응은 과연 촛불을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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