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청수 경찰청장이 연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 대한 경찰의 무력 진압을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내 논란이 일고 있다.
어청수 청장은 2일 경찰청을 방문한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비폭력 시위를 벌인 시민들을 과잉 진압했다고 항의하자 "무저항 비폭력 시민이 아니라 폭력 시민이었다"고 말했으며 또 "시위대가 지휘부가 없어 진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어청수 "우리는 인내하고 또 인내했다"
어 청장은 이날 "24일부터 수천 명의 참가자들이 야간에 서울 중심 도심로 전차도를 점거하면서 불법 행진을 시작했다"며 "그때까지도 저희는 인내하면서 교통 관리를 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새벽이 되서 경찰이 해산 명령을 내리고, 자진 해산을 경고했고 거기에 응하지 않거나 경찰에 대항하는 시위 참가자 일부에 대해 연행했다"고 말했다.
어 청장은 "31일에는 4만 명이 곳곳에 나눠서 특정 지역(청와대)에 집단적으로 진출했다"며 "저희는 차단선까지 무너지면서도 인내했다"고 말했다. 그는 "불과 (청와대에서) 2㎞ 이내 지점까지 진출해서 차량으로 차단했고 그때까지 인내했다"며 "2만 명이나 되는 숫자가 지속적으로 청와대 진출하기 위해서 창살 뜯어내고, 차벽을 뜯어내고, 차에 올라가 과격 행위를 선동하는 과정에서 물대포를 사용하고 해산 작전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공대는 서울청에서 과격한 집회 시위가 있을 때마다 특정 지역(청와대)을 최종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서 경복궁역 근처에 늘 배치해놓고 있었다"며 "그 날도 시위 진압을 위해서 배치한 게 아니라 만약을 대비해 배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버스 위가 물을 뿌리면 미끄러워서 위험하니까 현장 지휘관이 특공대 요원 5명을 불러서 안전하게 시위자 연행하는 방법을 택했던 것 같다"며 "분말소화기는 방화나 화재 위해서 필수 장비로 늘 휴대하고 다니는 것이고, 전경과 시민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어 청장이 유일하게 "정말 잘못된 사항"이라고 인정한 것은 경찰이 여대생을 군홧발로 차는 장면이 공개된 점에 대해서였다. 이에 앞서 지난 1일 명영수 서울경찰청 경비과장은 물대포를 놓고 "경찰 사용장구 가운데 가장 안전하다"며 "물대포를 맞고 부상당했다면 거짓말"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폭력 경찰' 고소·고발…기동대 홈페이지 해킹도
그러나 경찰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직접 시위 현장에 있었거나 동영상, 사진 등으로 시위 상황을 접한 시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국 170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3일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부상당한 피해자 13명과 함께 경찰을 고소 및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고소 및 고발 대상은 어청수 경찰청장, 한진희 서울경찰청장, 신두호 서울기동단장을 비롯해 폭행 사건에 가담한 경찰기동중대 중대장과 전투경찰대원이다. 이들이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한 고소(고발)장에는 30건의 구체적인 피해 사례가 적시돼 있다.
이날 기자 회견에는 피해자 조모 씨가 참석해 "경찰에게 방패로 가격을 당한 게 바로 저"라며 "인도에서 젊은 여성이 방패로 다리를 가격당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경찰에 강력하게 항의하다가 경찰이 나를 공격했다"고 말했다. 조 씨는 눈 부위를 정면으로 방패에 찍혔고, 현재 눈이 붓고 이마가 아파 안과와 외과 치료를 동시에 받고 있는 상태다.
또 김모 씨도 이 자리에 나와 "대학에서 보도 사진을 전공하고 있어, 이날도 현장을 찍기 위해 갔다가 진압 과정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1일 새벽 당시 시민들은 경찰에 페트병을 던지긴 했지만 위협적이지 않았다"며 "4시 30분경 갑자기 경찰이 진압을 시작해 뒷걸음질로 도망치다가 넘어졌고, 그 순간 군홧발로 머리를 수차례 가격당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때 갖고 있던 카메라, 안경, 시계를 분실했다"며 "강남경찰서 이송된 뒤 2일 밤 12시에 석방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안면 오른쪽 눈 밑쪽에 뼈가 부러진 상황이고, 안과 진료, 성형외과 진료 받은 결과 광대뼈와 눈 윗부분 뼈 부러져 다시 병원에 가서 수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대책회의 측은 어청수 경찰청장이 사퇴하는 등 경찰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피해상황을 취합해 고소고발장에 첨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일에는 서울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홈페이지가 해킹돼 화제가 됐다. 지난 2일까지 제1기동대 홈페이지 화면에는 '제…제발…사…살려주게!', '때…때리면 아…아프다네!'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이 사이트는 3일 오후까지 접속이 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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