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결정에 따라 기아차도 교섭 참가 의사를 금속노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금속 산별 중앙 교섭에 불참했던 완성차 4사 가운데 쌍용차를 제외한 3사가 일단 교섭에 참가하기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이로써 산업별 노동조합이 중앙 교섭단을 지부로 파견해 개별 기업과 협상을 벌이는 금속노조의 '대각선 교섭' 전략은 일단 성공한 셈이다. 금속노조는 산별중앙교섭안을 대각선 교섭에서 똑같이 요구해 장기적으로는 완성차들의 중앙교섭 참가를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완성차들의 참여로 모양새는 갖췄지만 이들은 "참여는 하지만 중앙교섭 요구안은 교섭대상이 아니다"라고 여전히 선을 긋고 있다. 비록 대각선 교섭이라는 불완전한 형태긴 하나, 15만 대형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이들 완성차 4사의 완강한 입장을 꺾고 내용면에서 실질적인 산별 중앙교섭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현대차 "상견례조차 안 나가면 직원들이 오해할까봐"
그동안 2차례나 무산됐던 현대차와 금속노조의 상견례가 오는 29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다. 이날 상견례에는 윤여철 현대차 사장,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 윤해모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참여를 결정하면서 기아차도 대각선교섭 참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금속노조가 요구하는 대각선 교섭은 개별사업장 노사현안을 다루는 교섭이 아니다"라며 상견례조차 불참했던 현대차가 일단 입장을 바꿔 교섭에 나서기로 한 것은 교섭 자체를 언제까지 회피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부 교섭에 중앙 교섭단이 내려오는 형태의 대각선 교섭을 거부할 명분이 딱히 없는 것이다.
윤여철 현대차 사장은 이날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교섭 형태에 대한 이견으로 임금 협약 기간이 만료된 시점에서 상견례조차 열지 못하는 상황이 자칫 직원에게 회사의 입장을 오해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입장 선회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 여기에는 파업 명분을 주지 않겠다는 속내도 포함돼 있다. 교섭이 내용 문제로 진전되지 못해 노조가 파업을 벌이는 것보다 사측이 불참해 교섭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벌이는 파업이 여론 등 여러 점에서 회사에게 불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은 올해 산별교섭 요구안을 확정한 뒤 "대각선 교섭마저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가 된다. 법대로 해보자"며 15만 명이 참가하는 파업까지 시사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금속노조 "산별교섭, 법대로 하자")
"참여는 하지만 중앙 교섭 요구안은 교섭 대상 아냐"…갈 길이 멀다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현대차는 "현대차와 무관한 중앙 교섭 요구안은 다룰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있기 때문이다. 교섭에는 나가되, 금속노조의 요구안을 논의할 생각은 없다는 것.
윤여철 사장은 "금속노조의 요구안은 우리 직원의 근로조건과 무관하고 회사의 처분권한 밖에 있는 중앙요구안이 1번 의제로 포함돼 있다"며 "교섭에 참여하더라도 문제점이 있는 중앙요구안은 결코 논의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금속노조는 올해 산별교섭 요구안으로 △노동 시간 단축과 교대제 개선 △기본급 13만4690원의 임금 인상 △원하청 불공정 거래 근절 △비정규직의 단계적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앞서 완성차 가운데는 처음으로 지난 22일 GM대우도 금속노조와의 대각선 교섭 상견례를 진행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