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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쇠고기를 '목숨 걸고' 먹어야 하는 진짜 이유"

[기고] 왜 美 쇠고기는 위험한가

광우병과 관련한 토론회나 강연회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이 하나 있다. '왜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지 않은지에 대해 간단하게 답해 달라'는 질문이다. 이제는 이명박 정부 덕에 대다수 국민들이 집중 학습을 통해 '전 국민 광우병 전문가화'가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요약 정리는 여전히 필요할 듯하다.

내가 볼 때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지 않은 핵심적 이유를 들라면, 광우병 발생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동물성 사료 산업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광우병 검사를 극히 낮은 비율로 시행하고 있다는 점, 이 두 가지다. 이는 미국 쇠고기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 거대 농식품 기업들 카길, 타이슨, ADM 등의 이익 때문이다. 유럽과 일본은 광우병 발생국으로써 최소한 이중 안전 장치, 즉 동물성 사료 전면 금지와 도축 소 전수 검사 또는 30개월 이상 도축 소 전수 검사라는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없다.

우선 미국은 광우병 발생국 중 교차오염의 위험이 있는 동물성사료를 여전히 소에게 먹이고 있는 나라다.
▲동물 부산물이 사료로 쓰이는 경로. ⓒ프레시안

광우병은 소에게 소를 먹여 발생한 병으로 알려졌다. 광우병이 발생하자 영국 정부는 그림에서 1번 경로만 차단하면 광우병을 예방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1988년부터 90년까지 영국의 반추동물 사료 금지 정책(ruminant feed ban)이다. 그러나 광우병은 사라지지 않았고 2만7000마리의 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 이런 교차오염이 문제가 되자 영국 정부는 소의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SRM)'을 사료에서 금지하는 정책(SRM feed ban)을 1990년부터 96년까지 취했다. 그림에서는 2번 경로의 부분 차단이다. 그러나 이 기간에도 1만6000마리에서 광우병이 발생했고 결국 영국 정부는 근본적 조치 즉 1번부터 4번까지의 모든 교차오염 경로를 차단하는 정책을 채택한다. 즉 '모든 농장 동물에 대한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 (animal feed ban)'다. 이 조치이후에야 광우병 발생이 줄어든다.

유럽연합(EU)은 2001년 영국에서의 3단계 조치, 즉 모든 농장 동물에 대한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를 취했다. EU는 광우병 예방 정책으로 수십 년 전통의 동물성 사료 산업의 이익을 포기했고 동물의 비식용부위 대부분을 소각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어떠한가? 미국은 지금 여전히 영국의 1단계 사료 조치에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그림으로 보면 1번 경로를 부분적으로만 차단하고 있을 뿐이다. 전체 동물성 사료의 단 8%만 금지되어있는 것이 미국이다. 나머지 92%의 동물사료는 여전히 인간 먹을거리 체계에 남아있다. 돼지·닭이 소를 먹고 그 돼지·닭을 다시 소가 먹고 그 소를 다시 인간이 먹는다. 교차오염을 피할 수 없다.

미국이 2009년부터 시행한다는 강화된 사료조치조차 교차오염을 배제하는 사료조치와는 거리가 멀다. 영국의 2단계 조치는 6개월 이상의 소의 SRM을 사료에서 배제했음에도 광우병 예방에 실패했다. 그런데 미국의 2009년의 '강화된 사료 조치'는 30개월령 이상의 소의 SRM 중 뇌와 척수만을 사료에서 배제하는 조치다. 30개월 미만은 주저앉는 소 이른바 '다우너'라도 여전히 사료로 통째로 들어가고(이번 이른바 '오역' 사건의 내용이다) 30개월 이상의 소에서도 뇌와 척수를 제외한 SRM의 10%를 차지하는 나머지 SRM은 사료로 준다. 왜 뇌와 척수만 제거할까? SRM 전체는 소 1마리당 평균 약 40㎏인 반면, 뇌와 척수는 소 1마리당 겨우 0.6㎏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축산기업의 편의를 위해 사람들의 건강이 어떻게 희생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 캔자스 주의 보고서를 보면 유럽 수준으로 동물성 사료 금지 정책을 실시하면 소 한 마리당 24.6달러가 더 든다. ⓒ프레시안

미국은 간단히 말해 인간 먹을거리 체계에서 광우병 위험요소를 배제하지 못하는 동물성 사료 산업을 유지한 채 미봉책만을 되풀이 하고 있을 뿐이다. 왜인가? 세계 곡물 교역량의 90% 즉 사료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동시에 미국 쇠고기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카길, ADM, 타이슨, 스위프트-콘아그라 등의 거대 농식품 기업의 이윤 때문이다. 동물성 사료는 이 거대 기업체들이 쓰레기로 버려야할 소나 돼지의 비식용 부위를 다시 사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저렴한 단백질사료이고 따라서 쓰레기 처리 비용을 줄이는, 이들 말을 빌면 "비용효과적인" 단백질 사료다. 오른쪽 표는 미국 캔자스 주정부에 제출된 보고서에서 인용한 내용으로 각각의 사료 제한 정책에 따른 비용을 계산한 것인데 이 표를 보면 유럽 수준으로 모든 농장 동물에게 동물성 사료를 금지하면 소 한 마리당 24.6달러가 더 든다. 결국 이 돈을 위해 미국 국민과 또 이를 수입하는 아시아 국민들이 광우병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지 않은 두 번째 이유는 광우병 검사를 지극히 낮은 비율로 시행하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1년에 4000만 두 이상의 소를 도축하면서 4만 두 미만의 검사만을 즉 0.1%미만의 검사만을 할 뿐이다. 그런데 캔자스 주의 보고서를 보면 광우병 검사는 두당 17.5달러가 든다고 한다. 이를 일본처럼 도축 소 전체에게 시행하려면 4000만을 곱하면 되므로 검사 비용만으로는 약 7000억 원이 든다. 미국의 연간 쇠고기 판매량이 70조로 추산되는 것에 비추어보면 감내할 만한 비용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같은 보고서에 나와 있는 다른 그래프를 보자.
▲미국 정부가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면 광우병 발생건수가 늘어나고, 이는 미국산 쇠고기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프레시안

왼쪽 그래프는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1건이 발생했을 경우와 20건이 발생했을 경우를 가정한 소비자들의 미국산 쇠고기 구입 반응이다. 1건 발생의 경우 12%만이 미국산 쇠고기 구입을 중단하겠다는 반응을 보였으나(회색 막대) 20건의 광우병이 발견되었을 경우 45%는 구입중단을 38%는 구입을 줄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검은 막대).

미국에서 도축 검사수를 2년간 늘려 1% 수준으로 검사한 2005년과 2006년만 하더라도 매년 1건씩 광우병이 발견되었다. 유럽 수준이나 일본 수준으로 검사수를 늘이면 광우병 발생 건수가 20건은 넘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거대 축산 기업은 결국 동물성 사료 산업을 포기해야하고 쇠고기의 미국 내수도 급감하며 수출은 다시 불가능해질 것이다. 거대 농식품 기업들이 이를 감수할까? 심지어 미국 정부가 일부 기업에서 자발적 광우병 검사마저 막고 극히 낮은 비율의 광우병 검사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미국은 간단히 말해 광우병 발생국가들이 지키고 있는 최소한의 이중의 안전 장치, 즉 동물성 사료의 포기와 도축 소 전수 검사라는 안전 장치 중 어느 것도 지키지 않고 있다. 미국의 거대 농식품 기업들의 이익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 기업들이 회전문 인사를 통해 알아서 미국의 농림부의 정책과 대외수출정책을 결정한다.

이제 수입 전면 개방을 하면 한국국민들은 이러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더욱이 한국 국민은 미국 국민들이 먹지 않는 위험 부위까지 먹는다.
▲광우병 규제로 인한 미 쇠고기 포장 부문의 추정 손실액(소장, AMR, 다우너 소 금지). ⓒ프레시안

미국의 SRM 규정은 친절하게도 한국 국민을 위해 만들어진 규정까지 있다. 바로 소곱창 관련 SRM 규정이 그것이다. 유럽은 소의 소장과 대장 전체를 SRM으로 규정했으나 미국에서는 완벽한 구분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소장 끄트머리인 회장원위부만 SRM으로 규정했다. 왜일까? 이렇게 하면 미국에서는 사료로 쓸 소 곱창을 한국에 수출할 수 있단다. 캔사스 주정부 보고서는 이렇게 소장을 SRM에서 제와하는 이득으로 미국 축산업에 연 1억 달러의 이익이 돌아갈 것으로 추정했다. 이제 이 친절한 규정 탓에 한국 사람들은 소곱창을 목숨을 걸고 먹어야 하게 생겼다.

그뿐이 아니다. 미국 학교급식프로그램(NSLP, SBP)에서 금지된 이른바 '선진회수육(AMR)'도 먹어야 하고 미국에서는 뼈(hard bone)로 구분되어 식용이 아닌 사골, 골반뼈, 꼬리뼈도 먹어야 한다. SRM인 편도가 붙어있는 혀도 한국 국민이 먹어야 할 부분이다. 이 모든 것이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SRM에 포함되어있거나 안 먹는 부위다. 이렇게 해서 수입 전면 개방을 하면 미국 거대기업이 2004년 기준으로 외국수출로 얻을 순이익만 1조 원에 가깝다.

그런데 어제 기사들을 보니 수입 전면 개방을 통해 이익을 얻는 것은 미국 기업만이 아닌 모양이다. 미국육류수출협회가 신세계이마트, 삼성테스코, 삼성홈플러스 등 유통업체들을 3월 13일부터 21일까지 초청해 미국 육류 산업 시찰 행사를 열었단다. 30개월령 미만 살코기는 이미 수입 허가되었으니 이때문은 아닐 것이고 한국 업체들이 미국이 새로 팔려는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 SRM, 곱창, 선진회수육, 사골, 꼬리뼈 등등의 견적을 내기위해 미국에 갔을 것임은 굳이 증거가 필요없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바로 이 유통업체들이 동시에 한국의 최대급식업체들이라는 점이다. 3조4000억 원(2006년) 규모의 한국의 급식업 중 최대업체는 CJ 푸드, 삼성에버랜드, LG 아워홈, 신세계푸드 등이다. 이들은 학교급식과 직장급식, 병원 및 군대급식에 광우병에 가장 위험한 쇠고기를 수입하려는 준비를 이미 끝냈다는 이야기인가? 이들이 미국산 쇠고기 취급안하기 선언이라도 하지 않는다면 필자의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한 이유, 그리고 그 쇠고기를 굳이 전면 개방해서 수입하는 진짜 이유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미국 정부는 동물성 사료를 포기안하며 광우병 검사를 피한다. 그 이유는 미국의 거대 농식품 기업의 이윤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 일부 기업은 자신의 이윤 때문에 수입 전면 개방을 원한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정책이 미국과 한국 기업의 이윤에 국민 건강과 생명을 희생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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