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인 바타 씨는 고용허가제를 통해서 한국으로 입국했다. 절차대로 몽골에서 회사를 선택했는데, 그가 알기로, 그 회사는 가구회사였다.
그런데 막상 한국에 와보니, 그게 아니었다. 아무리 한국물정을 모른다고 해도 가구가 뭔지는 아는데 그가 일하는 회사는 가구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었다. 사업장에 먼지는 많이 일고 냄새가 아주 심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거기는 비료 만드는 회사였다. 분명 몽골에서는 가구회사라고 알았었는데 비료회사라니! 이상하다고 여겼지만 오기 힘든 한국으로 무사히 왔으니 그냥 일하기로 했다.
그 회사는 한국인 2명과 바타 씨를 포함하여 몽골인 2명, 총 4명이 일하는 작은 회사였는데, 일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특별히 구분되어 맡겨진 업무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이일 저일 모두 하곤 하였다. 바타 씨는 시키는 일만 하면 되는 것인데, 마음에 걸리는 업무가 하나 있었다. 즉, 회사에서 비료를 운반할 때 차를 이용하는데 그 운전을 바타 씨에게 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바타 씨는 운전을 전혀 하지 못했다. 운전을 못 한다고 하였지만 회사에서는 운전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는 운전하라고 시켰다. 그리고 운전은 회사 안에서만 하라고 하였다. 회사부지가 그런대로 넓고 사람은 없어서 사고가 날 가능성이 크지는 않았지만 바타 씨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운전면허증 없이 운전해서는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고, 자칫 사고가 나기라도 하면 자신만 피해보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면허증 없이 운전하다가 사고 나면 몽골로 추방당하게 되는데 그때 회사가 막아줄 것 같지가 않았던 것이다. 바타 씨는 회사를 바꿔야겠다고 마음먹고 상담소를 찾아왔다.
흔하지는 않지만 바타 씨와 같이 몽골에서 계약한 회사와 정작 한국에서 일하게 되는 회사가 다른 경우가 간혹 있다. 바타 씨의 경우는 두 회사가 완전히 다른 회사인 경우인데, A 회사와 근로계약을 맺고 한국에 입국했더니 A 회사가 아무 관계없는 B 회사로 가서 일하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C 회사와 근로계약을 맺고 입국하여 C 회사에서 일하였는데, 사업주가 동생이 운영하는 D 회사에 가서 일하라고 해서 가서 일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근로계약을 맺은 회사가 잠시 사정이 좋지 않으니 다른 회사에 가서 일하다가 경기가 좋아지면 다시 오라고 해서 한두 달 가량 다른 회사에 가서 일하다가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월급도 어떤 경우는 다른 회사에서 일은 하는데 본래 근로계약을 맺은 회사에서 주기도 하고, 본래 근로계약을 맺은 회사의 월급봉투만 사용하고 실제로는 일하는 회사에서 월급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어느 경우이든 이주노동자의 적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애초 근로계약을 맺은 회사의 소속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사업주들이 이주노동자를 '꾸어주고 빌려오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는 것이다.
고용허가제에 따르면 이것은 위법이 되는데, 이주노동자들은 그것이 위법인지 뭔지 잘 모른다. 그저 사업주가 다른 회사에 가서 일하라고 지시하니 사업주 지시에 따를 뿐이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되는 시점이 있다. 즉 다른 회사에서 일하고 있던 중에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불법체류자 단속이 나와 걸릴 때인 것이다. 이 경우 고용허가를 받은 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으니 영락없이 추방대상이 된다. 사업주의 지시를 따랐을 뿐인 이주노동자로서는 억울하기 그지없다.
이런 유형의 상담이 몇 번 있었는데, 한 사람만 '재수없게'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단속에 걸려 추방당했고, 다른 사람들은 그 사실이 들통 나기 전에 '운 좋게' 다른 회사로 옮길 수 있었다.
어째서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지, 솔직히 그 정황은 잘 모른다. 굳이 추적해보지도 않았다. 외국인력이 필요한 회사는 절차대로 구인신청을 하고 고용허가를 받으면 될 텐데 그러지 않은 것을 보면 뭔가 사정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회사는 사정이 있다 치고 이주노동자와 계약을 맺고서 다른 회사에 꾸어주는 명의상 회사는 도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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