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노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평생을
대나무로 담장을 한 초가집에서
베로 만든 낡은 옷을 입고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한겨울에도
땔감이 비싸 불을 때지 못했고
화로조차 없었습니다.
그저 해가 좋은 날
양지바른 벽에 기대 앉아
햇볕을 쬐는 것이
겨울을 나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노인은
겨울날 햇볕을 쬐는 것이야말로
겨울을 따뜻하게 지내는 자신만의 소중한 발견으로
남들은 잘 모를 거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는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햇볕을 쬐어 몸을 따뜻하게 하는 이 방법은
다른 사람들이 아직 모를 거야.
내가 이 따뜻한 햇볕을 등에 지고 가서
왕에게 바치면
무척 좋아하실 거야."
열자((列子)의 양주(楊朱)편에 실린
춘추시대 송(宋)나라에 살았다는
어떤 가난한 늙은 농부의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햇볕을 바치는 정성'이라는 뜻의
'헌폭지침(獻曝之忱)'이라는 말이 나왔는데요.
지금은 흔히
남에게 선물을 주거나 의견을 내놓으며
소박하고 보잘것없다는 겸손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이야기를 읽고
세상물정 모르는 늙은 농부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요.
한 번도 다른 사람들에게
비록 하찮은 것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담아
전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일수록
더욱 그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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