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미국으로 떠나는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끝내 눈물을 보였다.
미국행을 하루 앞둔 25일 낮 은평구의 한 음식점에서 은평을 당원협의회 관계자와 지지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송별 오찬'에서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인사말을 하다가 격정을 감추지 못하고 두차례나 눈물을 흘렸으며, 1시간 가량 진행된 송별 오찬은 시종 숙연한 분위기였다고 김해진 공보특보가 전했다.
이 의원은 인사말에서 "부족한 것을 더 배워와 5년, 10년 후에 펼쳐질 한국 정치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절차탁마'하기 위해 떠난다"면서 "여러 지도자들을 만나 세계의 눈으로 한국을 보는 안목을 키우겠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지난 12년간의 의정생활을 회고한 뒤 "지난 총선에서 낙선을 안타까워 하기보다는 세번씩이나 당선시켜준 지역구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했으나 한참이나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의원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친 뒤 "나라가 어려운 시점에 떠나 송구하고 안타깝다.."고 말을 꺼냈으나 또다시 감정이 복받친 듯 눈시울을 붉혔고, 이내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탄식과 흐느낌 소리가 이어졌다는 것.
그는 최근 이명박 정부의 지지도가 급락한 것에 대해 "지지도는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이라며 "잘 하면 반드시 올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재오가 없더라도 우리가 만들어낸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은평이 적극 나서 도와달라"면서 "내가 돌아올 때까지 지역구를 지켜주시고 이명박 정부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 의원의 부인인 추영래씨는 "남편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오늘 처음 보았다"면서 "남편이 안 계시는 동안 여러분과 손잡고 동네를 돌면서 주민들과 희로애락을 같이 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24일에는 블로그에 지지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내일은 내일의 바람이 분다"면서 "구름이 태양을 가릴 수는 있어도 없앨 수야 있겠느냐"며 정치적 재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다졌다.
홈페이지에 올린 `당원들께 드리는 글'에서는 "모든 것이 내 잘못으로 낙선했다"면서 "5년 후 역사에 큰 기여를 한 정부가 되도록 국민을 섬기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배려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저녁에는 시내 모처에서 측근들과 `송별 만찬'을 가진 뒤 26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한다.
그는 최소 6개월에서 1년간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에서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 등을 공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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