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여의도 일대는 이명박 정부의 공공부문 사유화 및 공무원 감축에 대한 비판으로 가득 찼다. 사업장의 울타리는 큰 의미가 없었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한 한국노총(위원장 장석춘) 산하 노동조합도,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있는 민주노총(위원장 이석행) 산하 노동조합도 구분하기 힘들었다.
"공기업 민영화? 또 몇몇 사람들만 배 채우려고?"
정권 출범 3개월 만에 지지율 폭락의 위기를 맞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최근 유난히 공공부문 민영화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철밥통' 비난을 받고 있는 공기업 구조조정이 코너에 몰린 정부의 국정 운영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처럼 기대하는 듯하다.
'도대체 우리 회사는 완전 민영화냐, 통폐합이냐, 일부 업무의 민영화에 속하냐'를 놓고 관련 공기업들은 초긴장 상태다. 24일 하루 종일 여의도 일대를 뒤흔든 각종 집회들은 정부의 이 같은 공공부문 민영화 계획에 대한 해당 노동자들의 첫 조직적 '반항'이었다.
상급단체의 차이도 의미가 없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특히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양대 노총이지만, 단위사업장의 노동조합들은 "공기업의 올바른 개혁정책이 필요하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정오부터 서울 여의도 한화증권 앞에서 열린 집회를 주최한 '공공기관노동조합협의회'에는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선언한 한국노총 산하 노동조합이 다수였다. 한국노총 산하의 한국토지공사노조, 한국도로공사노조, 한국수자원공사노조, 전국전력노조 등과 민주노총 산하의 대한지적공사노조, 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 등의 조합원 1만 여 명은 이날 공동집회를 갖고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사유화 및 구조조정 방침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의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구조조정이다. 통폐합이든, 민영화든 인력 조정을 수반할 것이며, 그것이 현재 정규직의 고용까지 위협할 것이라는 불안감에서 나온 행동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밥그릇 지키기'이지만, 동시에 이들 노조는 민영화의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담당해야 할 공공서비스를 민간에 넘김으로써 공공서비스 질은 하락하고 요금은 올라가게 될 것이라는 것.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소위 '수돗물 괴담'과 '의료보험 괴담'도 마찬가지 우려다.
공공기관노동조합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공기업이 민영화돼 설사 이명박 대통령의 말대로 효율성이 지금보다 나아진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발생한 이윤은 사장과 임원만 가져갈 뿐, 전체 국민들에게 돌아갈 몫은 없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민영화의 수혜자는 결코 국민이 아니라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뿐이라는 말이었다.
이석행 "아이들 이어 우리 어른들이 MB 맞서 끝장 봐야"
당장 정부의 민영화 계획 속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공공기관 노동조합 뿐 아니라 민주노총도 공공부문 문제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한나라당과 체결한 정책연대에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한국노총 지도부와 달리 민주노총은 이미 일찌감치 이명박 정부와의 대립각을 세우고 총력투쟁을 선언한 바 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3만 여 명이 모인 가운데 '공공부문 시장화·사유화 저지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치른 민주노총은 6월 말~7월 초 대대적인 행동에 나서겠다는 다짐이다. "그야말로 월급 빼고는 다 오른 물가 속에서 최소한의 공공적 기능마저 이윤창출의 수단으로 만들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불도저식 정책에 맞서 투쟁하겠다"는 것이다.
이석행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를 통해 "아이들이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20%대까지 끌어내렸다"며 "이제 우리 어른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이명박 정부에 맞서 끝장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반(反) 이명박' 전선을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를 둘러싼 논란 등 최근의 정세가 공공부문 민영화를 막는 싸움에도 유리하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판단이다.
앞으로 점점 더 투쟁의 수위를 높여가겠다는 민주노총과 이에 동조하고 있는 한국노총 산하 공기업노조의 움직임이 향후 노정관계에 어떤 파급력을 가져올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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