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문국현은 '구멍가게 사장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문국현은 '구멍가게 사장님'

[김종배의 it] 昌이 챙길 '고수익'에 밑돈만 뿌려

옛말 틀린 것 하나도 없다. 정치는 생물이라더니 그 말 그대로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와 손을 잡았다. 대선 때 현 민주당의 후보 단일화 요청을 뿌리친 그가 엉뚱하게도 원조 보수를 자처하는 이회창 총재와 동거를 선언했다.

가치 평가는 뒤로 미루자. 그렇게 '가치'를 강조하던 문 대표가, '사람중심 진짜경제'를 부르짖던 문 대표가 어떻게 원조 보수, 그것도 차떼기 원조와 동거를 결심하느냐는 말이 적잖게 나온다. 새로운 정치를 외치던 그가 어떻게 지역주의에 몸을 실은 사람과 손을 잡을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도 미루자.

생물의 기본 속성은 환경 적응이고, 그 무엇보다 앞서는 논리는 생존 논리다.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하면 돈 가뭄을 해결하고 소수정당의 설움을 해소할 수 있다는 데 '공자님 말씀'이 대수겠는가. 그냥 그렇다고 치자.

먼저 이 점을 짚자. 그렇게 하면 생존할 수 있을까?

'용불용설'에 몸을 맡긴 문국현

문 대표가 채택한 생존 이론은 '용불용설'이다. 쓰면 진화하고 안 쓰면 퇴화한다는 생물학의 기본 이론을 채택했다. 의석 세 개의 용도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 ⓒ뉴시스

당연한 선택 같다. 의석 세 개로 '나홀로'를 고수하는 건 어리석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원 오브 뎀'에 머물 수밖에 없다. 민주당과 민노당의 의석수가 과반수에서 한두 개 모자란다면 모를까 한나라당과 친박세력이 절대 다수를 점하는 18대 국회에서 '3'이란 숫자는 하잘 것 없다.

미래 투자가치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이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3개의 의석이 30개가 되고, 30개의 의석이 당 지지율 30%를 끌어낼 수만 있다면 이 앙다물고 고난의 행군을 감수해 보겠지만 현실은 녹녹치가 않다. 미디어에 의존하는 작금의 정치구조에서 비교섭단체는 화면발을 세울 기회조차 얻기 힘들다.

문 대표는 CEO 출신다운 선택을 했다. 복리 이자를 주는 투자처를 찾았다. 복리 이자 뿐만 아니라 인센티브까지 얹어줄 자유선진당을 택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영속적이라는 보장이 없다. 고수익엔 고위험이 따르는 법이다. 이게 정글과 시장의 공통된 속성이다. 문 대표라고 해서 이 자연법칙을 피해갈 수 없다. 항구적인 고수익을 장담할 수 없다.

친박세력의 복당이 모색되고 있다. 일괄과 선별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을 뿐 어차피 복당은 기정사실이 되다시피 했다. 이 움직임이 실현되면 문국현-이회창 연합의 가치는 반감된다.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여지가 원천적으로 박탈된다.

물론 다른 상황이 있긴 하다. 정치가 항상 머릿수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지지율과 정당의 지지율이 표의 작동원리를 규정하기도 한다. 의석수가 아무리 많아도 민심이 등을 돌리면 정치 기반은 약화되고 정책 추진력은 떨어진다. 그에 반비례해 야당은 반사이익을 챙기고 정치 기반을 강화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원리가 작동한다. 반사이익이 고르게 분배되는 게 아니다. 반사이익을 챙기는 쪽은 '선명야당'이지 '잡탕야당'이 아니다. 잡탕 교섭단체는 기껏해야 '개평' 정도나 챙길 뿐이다.

고수익을 향유하는 쪽은 이회창

당장의 일은 아니지만 더 큰 상황을 상정해 볼 수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지율 반등에 성공하지 못하면, 한나라당이 의정으로 민심을 달래지 못하면, 그래서 보수세력에 정치적 위기가 닥치면 세력을 재편하고 지형을 달리 짤 수 있다. 대선 때 거대정당 열린우리당이 소수정당 구민주당이나 신생정당 창조한국당에 손을 벌린 것과 같은 이치다.

격발제는 이미 갖춰져 있다. 한나라당이 만지작거리는 개헌이 그것이다.

만에 하나, 이런 상황이 연출된다면 어떻게 될까? 문 대표가 상종가를 칠 수 있을까? 아니다. 상종가를 치는 쪽은 문 대표가 아니라 이회창 총재다. 이 총재는 느긋한 입장에서 문 대표를 용도폐기할 수도 있고, 서열을 강요할 수도 있다.

문 대표가 택할 대처법은 따로 없다. 갈라서거나 묻어가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앞서 미뤄놨던 '문국현의 가치'가 부상한다. 문 대표가 어떤 대처를 하든 그의 '가치'는 훼손되게 돼 있다. 문 대표는 스스로 "좌우를 넘나드는 창조적 연대"라고 했지만 그건 그만의 생각이다. 오히려 좌도 우도 아닌 무척추 이미지로 비치기 십상이다.

확연히 드러난다. 문 대표와 이 총재의 동거 성격이 다르다. 이 총재는 생활비만 내놓는 동거이지만 문 대표는 인생을 거는 동거다. 이 총재에게 공동 교섭단체는 일시적 안식처 또는 정치적 도약대이지만 문 대표에게는 가진 돈을 올인 해야 하는 카지노다.

이렇게 정리할 만하다. 문국현 대표가 CEO의 기질을 발휘했는지 몰라도 단수가 그렇게 높은 건 아니다. 대기업 회장의 셈법을 구사한 게 아니라 구멍가게 사장의 주먹구구를 보였다는 얘기다. 장기 투자를 한 게 아니라 목전의 이익에 급급했다는 얘기다.

* 이 글은 김종배의 뉴스블로그 '토씨(www.tosee.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