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2일 의원총회를 열고 한미 FTA 비준 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장 점거 농성을 약 한 시간 동안 진행했다. 하지만 불과 30여 명의 의원이 참석한 이 농성은 당내에서도 '뜬금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아 '막판 생색내기용'이라는 지적이다.
"농성은 농성대로 하지만 표결은 속수무책"
이날 의총에서 안상수 원내대표는 "우리가 민생법안 처리하자 해 놓고 우리가 거부할 수는 없다. 처리하겠다"며 "(22일 본회의가 끝난 후) 거기서 바로 농성을 시작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내일 본회의에서) 비준동의안을 직권상정을 해주지 않으면 정운천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문제 밖에 없다"며 "그것을 물리적으로 막거나 할 의도는 없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히 정치공세이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이고, 국민을 통해서 민주당과 국회의장을 압박해서 직권상정을 하도록 하겠다"며 "역사상 이렇게 (마지막) 임기 앞두고 의총을 열고 농성을 하는 건 처음일 것"이라며 민주당을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이 농성은 상징적 몸짓으로 읽혔다. 농성 돌입 직후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농성은 하지만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표결할 수 있는 도리는 없다. 국회의장을 물리적으로 끌어내릴 수는 없지 않느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농성은 농성대로 하고 표결은 속수무책"이라며 "의장 본인이 직권상정을 해주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거듭 말했다.
조 대변인은 "하지만 정운천 장관 해임처리 안건을 물리적으로 막고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6월부터 시작되는 18대 국회에선 원내 제1당이 되는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약 1시간 가량 이어진 농성은 '평화롭게' 자진해산됐다.
임채정 "비정해 보이겠지만 직권상정은 할 수 없다"
한편 농성이 진행되는 사이 한나라당 원내대표단은 임채정 국회의장실을 방문해 직권상정을 거듭 촉구했다. 안 원내대표는 "지금 FTA를 통과시킬 수 있는 방법은 의장님 결단에 의해 직권상정하는 것 외에는 길이 없다"며 "의원들은 지금 본회의장에서 농성하고 있다. 간곡히 직권상정 요청 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임채정 국회의장은 "(직권상정은) 다수의 의사가 소수의 물리적인 저지 때문에 관철되지 못할 때 다수의 의사를 지키기 위하고자 한 원칙"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그는 "비정해 보일지 몰라도 (직권상정한다면) 다수결 원칙을 깨는 거다. 출신정당 때문에 정략적인 게 아니라 의장한테 기본 원칙을 깨라는 것인데 나뿐만 아니라 이전 의장들도 다 이랬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안 원내대표가는 "17대 국회 다수는 FTA 비준동의안을 찬성하고 있지만 야당 지도부에 의해 정상적 표결이 방해되고 있다"면서 "충분히 직권상정이 가능하다"고 반박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은 "한나라당 내에 농촌출신 의원들도 반대한다. 그냥 투표 한번 해보자는거다"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17대 회기 내 FTA비준 동의안 처리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보냐'는 질문에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는 "끝까지 봐야 안다"고 답했지만 목소리엔 힘이 실려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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