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 감독의 전 작품이 극장에서 필름으로 상영된다. 요즘처럼, 촬영중인 영화가 불과 4편에 불과한 기근의 충무로 현실에서 배창호 전작 전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꿋꿋하고 꾸준하게 자신의 작품활동에 전념하는 작가의 존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와 90년대, 국내 최고의 흥행사, 한국의 스티븐 스필버그로 불렸던 배창호 감독은, 상업주의가 득실대는 2000년대로 진입하면서 급격히 '몰락한' 감독으로 분류됐다. 그 어떤 제작자도 그를 찾지 않았다. 하지만 배창호 감독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스스로 인디영화로 몸을 낮춘 이 '대가 감독'은 직접 주연을 마다 않으며 초저예산 영화의 촬영에 나선다. <러브 스토리><정><길> 등은 모두 배창호 1인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이다. 작가적 역량이 총력 투입된 것은 바로 이때다.
배창호는 여전히 활화산이다. 휴화산이 아니다. 서울아트시네마가 이번에 배창호 특별전을 마련한 것은 국내 영화계의 작가정신을 다시 한번 북돋우기 위해서다.
17편 전작 모두 상영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5월 20일부터 6월 1일까지 13일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배창호 특별전'을 개최하고, 데뷔작인 <꼬방동네 사람들>부터 가장 최근작인 <길>까지 배창호 감독이 연출한 총 17편의 작품 전체를 상영한다. 20일(오늘) 7시 개막작으로 데뷔작인 <꼬방동네 사람들>을 상영하는 것을 시작으로, 하루에 3회씩 작품을 상영하며 마스터 클래스, 감독과의 대화, 시네토크 등 다채로운 특별행사도 함께 열 예정이다. <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 <황진이>, <기쁜 우리 젊은 날> 등 80년대 한국영화를 거론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작품들을 연출해온 배창호 감독은 당대 최고의 흥행감독으로 군림하는 한편 작품마다 세련된 영상미를 선보이며 새로운 영화적 시도를 거듭해왔다. 특히 <황진이>의 경우 배창호 감독의 작품의 전환점이 된 작품으로, 대사를 절제하는 대신 미장센을 치밀하게 구축하고 롱테이크를 많이 사용하는 등 스타일의 변화를 보여줘 당대에 논란이 되기도 했던 작품. 이명세 감독 등을 키워내기도 한 배창호 감독은 이명세 감독의 데뷔작 <개그맨>이나 96년 부인 김유미 씨와 함께 출연한 <러브 스토리> 등에서 배우로도 등장해 발군의 연기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90년대 들어 충무로의 제작환경이 변하면서 <러브 스토리>, <정>, <길> 등의 작품을 독립영화 방식으로 만들며 새로운 제작 방식을 모색해온 그는 현재 2004년작인 <길> 이후 아직 신작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
특히 한국 고전영화들의 경우 영화의 저작권자를 확인하는 과정과 상영에 대한 동의를 얻어내는 과정이 지난한 만큼, 이번 배창호 감독 전작전이 가지는 의미는 더욱 크다 할 수 있다. 이장호 감독이나 여타의 다른 감독들이 아닌 배창호 감독 전작전이 먼저 성사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 그러나 서울아트시네마의 김성욱 프로그래머의 말에 의하면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의 경우 법정 공탁 상태에서 두 달여 기간에 걸쳐 설득하여 간신히 상영허가를 확보하는 등, 배창호 감독 전작전 역시 그리 쉽지 않은 과정을 통해 성사됐다. 한편 오늘 개막식에는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의 양해훈 감독과 <은하해방전선>의 윤성호 감독이 배창호 감독에게 경의를 표하며 만든 특별 단편이 상영될 예정이며, <꼬방동네 사람들>에 출연한 배우 김보연, 김희라 등도 참석한다. 특별전 기간동안 열리는 특별행사 중에서는 배창호 감독과 함께 작업한 바 있는 김수철 음악감독, 배우 이정재, 안성기, 황신혜 등이 시네토크에 참석하며, 이명세 감독, <원스 어폰 어 타임>의 정용기 감독, <스카우트>의 김현석 감독이 배창호 감독의 영화를 소개하는 시간도 갖는다. 각 상영작에 대한 소개와 상영시간표는 서울아트시네마 홈페이지(http://cinematheque.seoul.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