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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 千日 거인에게 禮를 갖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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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 千日 거인에게 禮를 갖춘다

[기고]기륭비정규여성투쟁 1000일에 부쳐

기륭전자의 파업이 19일로 1000일을 넘겼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가 불법 파견에 맞서 시작한 외로운 몸짓이 해를 넘기고 또 넘겨 햇수로 4년이 됐다. 그 사이 회사는 대표이사만 4번이나 바뀌었지만, 누구도 이들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기륭전자 여성 노동자 4명은 서울 시청 앞에 설치된 임시 철탑에서 고공 시위를 벌였다. 위태로운 이 시위로 기륭전자는 정말 오랜만에 회사와의 교섭을 약속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16일 모처럼 노사 대표가 마주 앉았지만 회사는 "국내에 생산라인이 없어 복직은 안 된다"는 말만 여전히 되풀이했을 뿐이었다.

다음 주 다시 교섭을 열기로는 했지만, 1000일을 넘기진 않겠다던 기륭전자 여성 노동자들의 파업의 끝은 아직 아득하기만 하다. 1000일째인 19일 저녁 기독교, 불교, 천주교의 3대 종단이 합동 기도회를 연 데 이어 20일에는 사회각계 인사 2000명의 선언과 파업 1000일 승리 노동자대회가 서울 구로구 가산디지털단지 내 기륭전자 앞에서 열린다.

'작은 거인'의 오랜 파업을 생각하며 시인 오철수 씨가 쓴 시 한편을 싣는다. <편집자>

▲ ⓒ프레시안

기륭 千日 거인에게 禮를 갖춘다

속삭여 보라
우리는 거인이다
우리는 거인이다
하지만 천일 전에 우리는 80만원 받고 일했다
하지만 천일 전엔 노조를 만들자마자
휴대폰문자로 해고통지를 받았던
우리는 버려진 기계였다

다시 속삭여 보라
우리는 거인인 줄 몰랐다
우리는 거인인 줄 몰랐다
거리로 내몰려 억울했다
부당하다고 여기저기 몰려다녔다
몰려다니며 우리는 느꼈다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시선을
보았다 자기만으로 닫힌 물질의 세상을
알게 되었다 여기는 통째로
오호 통째로 자본의 기계라는 것을
우리는 기계 속에 갇힌 거인이라는 것을

하여 속삭여 보아라
우리는 갇힌 거인이었다
우리는 갇힌 거인이었다
우리는 노동해방을 외우며 굳어가고 있던
자본의 기계였다 오호
천일 전 우리는 기계였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지혜서를 쓰기 시작했다
보라, 싸움만이 거인을 만든다

속삭이자
우리는 거인이다
너는 거인이다
자본 기계의 문을 열고 벽을 허무는
세상을 쩌-억- 가르며 인간을
숨쉬게 하는, 꿈틀거리게 하는, 걷게 하는, 뛰게 하는, 외치게 하는, 거머쥐게 하는
천일 기륭 거인이 살아났다

이제 거인이 말한다 외치자
자본 아닌 인간이다
자본의 가치가 아니라 인간의 가치다
자본의 기계이길 멈추는 순간
우리는 거인이다
너는 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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