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용두사미 쇄신'으로 무얼 바라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용두사미 쇄신'으로 무얼 바라나?

<고성국의 정치분석ㆍ45> '인적쇄신' 없는 '국정쇄신'이라니…

"국민과 역사 앞에 교만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면서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고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지난 15일 국가 조찬기도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한 이말은 어떤 수치보다도 더 적나라하게 이명박 정부의 위기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대통령이 폭넓게 정국수습책을 듣고 있는 것이나 한나라당이 반(半)공개적으로 국정쇄신안을 준비한 것이나 모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현국면에 대한 절박한 위기의식의 발로라 하겠다.

쇄신은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 새롭게 하자는 것이다. 쇄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위기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확한 진단만이 올바른 처방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국민들 앞에 쇄신안을 내놓기 전에 좀 더 넓게 듣고 좀 더 깊게 보아야 한다. 국민의 소리를 더 넓게 들어야 하고 국정이 어려워진 원인을 더 깊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서두르다 서툴게 쇄신하느니 차라리 안하는 것이 낫다는 '경고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쇄신의 첫 번째는 이명박 정부의 마인드를 재정립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언명대로 국민과의 소통이 문제였다면, 이것은 마인드와 자세의 전환으로부터 차근차근 풀어가야 할 문제이지 소통의 테크닉과 기능적 보완으로 풀어갈 문제는 아니다. 홍보기능의 강화가 처방이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쇄신의 두 번째는 비록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철학을 새로 세우는 것이고 그에 입각해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와 국정운영원칙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철학 없는 실용주의', '원칙 없는 기능주의'야말로 정책혼선의 근본 원인이고 당·정·청 불협화음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 ⓒ청와대

쇄신의 세 번째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쇄신책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널리 알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국정쇄신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모아내 국면 전환의 모멘텀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쇄신의 세 번째 문제와 관련해 검토될 수 있는 방안은 두 가지이다. 인적 쇄신과 홍보의 강화가 그것이다. 그런데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홍보의 기능적 강화가 적어도 지금의 국면에서는 거의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너무도 분명한 것 같다.

"교만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고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는 '피를 토하는 듯한' 대통령의 말까지도 온전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인데 어떤 홍보가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고 설득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인적 쇄신을 국정 쇄신을 위한 모멘텀 형성의 핵심 고리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적 쇄신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은 분명한 것 같다. "그동안 혹독하게 훈련했는데 지금 바꾸면 훈련을 다시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언명 속에는 다소 미흡한 점은 없지 않으나 당분간은 현 체제로 가겠다는 뜻이 강하다. 인적 쇄신론을 일종의 권력게임적 양상으로 보는 여권 일각의 시각도 인적쇄신론이 힘을 받지 못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한차례 미뤄지는 바람에 더욱 주목되었던 이명박 대통령과 강재섭 당대표의 주례회동에서도 인적 쇄신문제는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듯하다. 그리고 아마도 이로써 며칠 동안 여권의 화두였던 국정쇄신은 '인적쇄신 없는 쇄신'으로 마무리 될 것 같다. 쇄신치고는 참으로 용두사미 쇄신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쇄신의 주체는 두말 할 것 없이 대통령과 여권이다. 인적 쇄신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고 선택하는 것 또한 온전히 대통령과 여권의 몫이다. 그러나 쇄신의 심판자는 국민이다. 국민이 "이제 정신 차리고 제대로 다시 한 번 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평가해야 쇄신이 승인되는 것이지 "한다고 하는데, 뭘 하는지 잘 모르겠고, 관심 없다"고 하는 순간 쇄신은 "그들만의 쇄신"으로 전락한다.

그러므로 지금 문제는 이것이다. 과연 국민이 "인적 쇄신 없는 쇄신"을 쇄신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국민이 쇄신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리하여 국면전환이 안되고 국정쇄신이 불가능해진다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출범 두 달여 밖에 안 된 상황에서 "이제 비로소 손발을 맞춰 일하게 됐다"고 말하는 대통령의 고뇌를 미루어 짐작하고 대통령의 최소한의 권위를 살리면서 동시에 쇄신을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쇄신으로 만들기 위해 민심의 바다에 스스로 몸을 던질 담대한 인물을 찾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