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온 뉴스가 반증한다.
대운하를 전담하는 국토해양부 '국책사업지원단'을 부활시켰다고 한다. 총선 직전 폐지했던 지원단을 새로 꾸려 대운하 실무 검토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여여 소통조차 안 되는 대운하를 만지작거리는 정부
저울에 올려놓으면 미국산 쇠고기와 팽팽한 균형을 이룰 게 바로 대운하다. 그만큼 국민적 반대가 큰 사안이다. 이걸 다시 추진하려고 한다. 한편에선 소통을 강조하며 다른 한편에선 국민과의 마찰을 피할 수 없는 사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부와 청와대 일각에서 보이는 모습처럼 소통을 홍보로 간주하기 때문일까? 소통, 즉 홍보를 강화하면 대운하 찬성 여론이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하는 걸까?
가당치 않다. 미국산 쇠고기보다 홍보를 더 많이 한 게 대운하다. 거슬러 올라가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있기 전부터 이명박 대통령이 줄곧 주장해온 것이다. 1년여 동안 홍보를 할 만큼 한 게 대운하다.
그래도 요지부동이다. 국민은 꿈쩍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최측근을 내치고 '대운하 반대'를 외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를 당선시킨 국민이다. 홍보를 백배 천배 강화한다고 해서 국민 마음이 움직일 것 같지가 않다.
오히려 더 복잡하다. 미국산 쇠고기보다 훨씬 복잡한 게 대운하다. 미국산 쇠고기는 여권 대 국민의 단순대립구도 아래서 마찰이 빚어졌지만 대운하는 그렇지 않다. 여권 대 국민의 대립구도 이전에 여여 대립구도가 조성될 판이다.
<중앙일보>가 조사를 했다. 18대 국회의원 당선자를 상대로 대운하에 대해 물었다. 한나라당 당선자 다수가 '유보' 입장을 보인 데 비해 박근혜 전 대표와 그 측근들은 단호하게 '폐지'를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 이전에 여권 내부의 소통부터 처리해야 할 판이다. 친박세력 복당이 이뤄진다면 더더욱 피할 수 없다. 복당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에둘러 갈 수 없다. 그들이 반대하는 한 대운하 특별법 제정은 불가능하다.
그 뿐인가. 미국산 쇠고기를 두고 정부를 엄호했던 보수언론마저도 대운하에 대해선 시큰둥하다. 사설을 통해 '재고'를 요청한 보수언론도 있다. 여여 소통뿐만 아니라 범여 소통이 이미 동맥경화에 빠져든 상황이다.
'다소 부족'에서 '아예 무시'로
이런 사정을 의식한 걸까? 정부 일각에서 엉뚱한 말이 나온다. 굳이 특별법을 제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참으로 편한 발상이다. 이것도 실용인지, 행정 편의주의적으로 사고한다. 하지만 국민이 보기엔 '악성'이다. 중증 상태에 해당하는 '악성'이다. 소통의 측면에서 보면 그렇다.
여권 일각, 보수진영 일각, 나아가 국민 상당수가 반대하는 대운하를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소통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소통이 '다소 부족'한 게 아니라 소통을 '아예 무시'하는 것과 같다.
국토해양부의 조치가 '과잉 충성'에서 빚어진 돌출행동이 아니라면, 지원단 부활에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이라면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은 변한 게 없다. 아니, 오히려 더 경직되고 있다.
* 이 글은 김종배의 뉴스블로그 '토씨(www.tosee.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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