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시교육청은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청계천과 여의도 일대 중고등학교 생활부장 교사 수백명을 긴급 소집해 생활지도를 지시했다. 또 촛불문화제 참여 자제를 요청하고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가정통신문 예시문을 일선 학교에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인천시교육청에서는 230여 개 중고교에 공문을 보내 핸드폰 문자수신 내용과 학생지도 대책을 보고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15일 청소년인권단체로 구성된 '5.17 청소년 행동 준비모임'은 서울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청은 청소년들의 정당한 집회 참여를 제한하는 일체의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은밀한 곳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졌던 일"
준비모임 측은 특히 서울시교육청이 교사를 동원해 촛불문화제에 참가하는 청소년들을 감시하도록 일일히 지시한 사실이 드러난 것에 대해 "교육청의 행태에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이 생활지도를 지시하는 회의 내용은 지난 13일 <프레시안>이 최초로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 관련 기사: 서울시교육청, 교사 조직적 동원 '촛불 집회' 감시 )
이들은 "교육청이 교사와 공무원을 동원해 집회장에 배치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교육청이 교사들에게 청소년의 집회 해산을 종용하도록 지시한 회의가 폭로된 것은 아주 은밀한 곳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지던 것이 처음으로 언론에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2년 미선·효순 추모 촛불문화제 이후 2003년 이라크 파병 반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등 각종 이슈에서 촛불문화제가 등장했으며, 청소년들의 참여도 활발히 이어져 왔다. 또 2005년에는 내신등급제를 반대하고, 두발 자유화를 요구하는 청소년들이 각각 촛불문화제를 개최해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서울시교육청은 직원 및 교장·교감·생활지도부장 수 백명을 집회 현장 및 지하철역 등에 배치해 참가 학생들의 조기 귀가를 종용했다. 또 당시 시 교육청은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말도록 지도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공문을 일선 학교에 발송하고 참가 학생들을 징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유윤종 활동가는 "당시 청소년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지만, 교육청에서 교사를 동원했다는 사실관계가 파악되지 않아 무산된 일이 있다"며 "이번에는 각종 정황이 언론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만큼 진정을 고려하고 있다"며 말했다. 그는 "현재 청소년단체들이 사례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정당한 권리 탄압이 어떤게 '청소년을 위한 일'이 되나"
준비모임은 기자회견문에서 "헌법은 모든 국민의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다"며 "또 아동권리협약을 비롯한 국제조약에도 아동은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가진다는 정치적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러나 이런 내용이 무색하게도 교육청은 지도와 보호라는 명목 아래 청소년의 정당한 참여를 막기 위해 집회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가정에서부터 참가를 제한할 것을 요구했다"며 "이는 헌법을 무시하고 청소년의 인권을 탄압하는 조처"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를 무참히 짓밟고 심지어 정치적 권리 탄압을 '청소년을 위한 일'이라며 정당화시키는 교육청의 행위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는 지극히 비민주적이고, 비교육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오는 17일 집회를 비롯한 일체의 청소년 행사에 교과부의 탄압과 방해 행위를 중지할 것을 요구한다"며 "청소년의 목소리를 탄압하기 보다는 이들이 어떤 요구를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서 하고 있는지 귀 기울이는 교육 당국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는 17일로 예정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및 학교 자율화 계획에 반대하는 청소년들의 집회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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