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다. 국민의 크나큰 기대가 걱정과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당이 맹성을 하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봐야한다."
지난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쏟아져 나온 발언들이다. 출범 석 달 째를 맞는 집권당 지도부의 발언치고는 이례적이라 할 만큼 강도 높은 자성과 비판의 소리라 하겠다.
"쇠고기 등 먹거리 안전에 대한 국민 불안, AI(조류인플루엔자)의 급속한 확산, 인사에 있어서 부적절한 임명, 설익은 정책의 급속한 발표와 조정 없는 발표, 당내 화합이 안 이뤄진 점 등이 현 위기 상황의 원인이다."
위기에 대한 원인 분석이 있었으니만큼 위기탈출을 위한 대안도 제시됐다.
"문제의 해결은 남의 탓에서 찾으려 하면 찾아지지 않는다. 당은 당대로 뭐가 잘못됐는지를 냉철히 반성하고 뼈를 깎는 아픔을 감수하고라도 시정해야 한다."
"언론이 무섭게 질타하는 것을 감사히 받아들이고 하나하나 시정하려고 할 때 정부가 '그라운드 제로"에서 출발하고 당이 영점에서 출발할 수 있다."
"광우병 발생시 즉각 수입중단"과 같은 대통령의 특단의 조치는 이러한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는 중에 나왔다. 그러나 국제관례를 무시하고 무역 분쟁을 감수하면서까지 내건 "특단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쇠고기 국면은 계속되고 있고 국민감정도 수습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인터넷 괴담" 및 집회 배후에 대한 수사방침과 촛불시위 "배후단체들"에 대한 보수단체들의 고발 사건, 그리고 미 연방관보의 오역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이 겹치면서 쇠고기 국면은 확대일로에 있다고 하는 편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보수단체들이 물색없이 촛불집회 배후 단체들을 반국가 단체 구성 혐의로 고발한 것이야 한편의 코미디라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교육청의 학생 단속조치와 정부의 엄정 수사 방침은 딱하기 그지없는 '시대착오적 희비극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의 모습이 30~40년 전의 낡은 활동사진 같은 장면들로 점철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출범 석 달 밖에 안 된 이명박 정부에 대해 전면 쇄신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리고 기왕에 쇄신론이 제기된 바에야 차제에 제대로 쇄신해 재출발하는 것이 정권을 위해서나 국민을 위해서나 좋을 것이라는 조언도 덧붙여주고 싶다.
쇄신에도 때가 있고 방법이 있을 터이다. 서두르다 서툴게 쇄신하는 것보다는 좀 더 깊이 듣고 넓게 보면서 제대로 준비해 "이때다" 싶을 때 쇄신의 칼을 빼드는 것이 쇄신의 효과를 높이고 쇄신을 성공시키는데 필요한 감각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한나라당이 이번 주 대통령과 당대표의 정례회동 자리를 이용해 당의 쇄신안을 대통령에게 건의키로 한 것은 쇄신론의 깊이 있는 수렴과정이나 때의 선택 등에 있어 그렇게 잘 짜인 그림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지나치게 서두는 느낌, 또는 얼른 제안하고 손 떼고 싶은 초조함이 느껴진다면 지나친 것일까.
정국쇄신과 관련해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지난 3개월을 차분하고 냉철하게 돌아보는 것이고, 국민의 마음과 뜻을 깊이 헤아리는 것이며, 대통령과 정권 핵심인사들이 초심을 서로 확인하는 것이다. 부족한 시스템을 보완하고 구멍난 자리를 보충하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정부가 그라운드 제로에서 출발하고 당이 영점에서 출발"하려면 정권의 시작점에서 재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눈이 올 때는 쓸지 않는다 했다. 이 말은 눈이 다 온 후에는 힘써 쓸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움직이되, 한 번 움직이면 태산도 움직일 기세로 과감하게 해야 하는 것이 쇄신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추진력과 돌파력이 이 대목에서 제 몫을 다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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