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방북한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와 빅터 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일행에게 1968년 나포한 미국의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를 반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9일 오후 대동강 연안의 푸에블로호 전시장을 방문한 리처드슨 주지사 일행을 안내하면서 북.미 적대관계 청산 의지를 과시하며 '반환 의사'를 피력했다.
리처드슨 주지사 일행은 당시 북한 해군 장교의 안내로 전시장에 도착한 뒤 푸에블로호에 승선해 내부를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푸에블로호를 둘러보도록 해 온 것은 일종의 관행이었다"면서도 "하지만 북.미 관계 개선이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된 상황에서, 특히 미군 유해를 송환받으려 방북한 일행에 푸에블로호를 보여준 것은 다른 의도가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측이 언제, 어떤 조건으로 반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의 고위급 인사가 방북한다면 우리는 더이상 그 배를 보유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2005년 8월 방북했던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대사가 전한 바 있다.
또 지난달 8일 방북했던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북.미 관계개선을 위해 푸에블로호를 미국에 반환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을 때도 북측 관계자들은 거부 의사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북핵 6자회담 2.13합의에 따라 북.미 관계개선 작업이 추진될 경우 북한이 대미 관계개선에 대한 자신들의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푸에블로호 반환을 적극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이 소식통은 "북한측이 많은 비용을 들여 발굴했을 미군 유해 6구를 미국 측에 조건없이 송환한 것도 대미관계를 중시하는 최근 행보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푸에블로호 반환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꾸준히 상.하원에 제출돼 왔으며 미 하원은 지난 1월 푸에블로호 나포 39주년을 맞아 푸에블로호 반환 요구 결의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리처드슨 주지사 일행에는 앤서니 프린시피 전 보훈처 장관은 물론 1990년대 중반부터 북한측과 긴밀한 연락을 해 온 토니 남궁 박사가 포함돼 있었다.
특히 북한이 현직 고위관리인 빅터 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일본 담당 보좌관이 함께 한 자리에서 푸에블로호 반환 의지를 밝힘에 따라 이 문제를 공식화하려는 의지도 엿볼 수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하지만 또 다른 정부소식통은 "리처드슨 일행의 푸에블로 전시장 방문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것으로 보이는 만큼 북한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그런 의사를 밝혔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미측 인사들도 북측 제의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리처드슨 주지사 일행은 예기치 않은 푸에블로호 참관 후 당혹감과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푸에블로호는 1968년 1월 23일 원산 앞바다에서 정찰활동 중 북한 어뢰정의 공격을 받고 나포됐다. 당시 북한은 푸에블로호가 영해를 침범했다고 주장했으나 미국측은 공해상에서 활동중이었기 때문에 북한 영해를 침범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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