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회 칸국제영화제가 14일부터 25일까지 개최된다.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쟁을 벌일 작품은 총 22편. 올해는 유난히 남미권 영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정치 사회적 이슈를 다룬 작품들이 큰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개막작 <블라인드니스>는 <시티 오브 갓>으로 전세계적인 관심을 모은 브라질 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의 작품. 199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주제 사라마구의 95년도 베스트셀러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를 스크린에 옮겼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시력을 잃고 단 한명만이 볼 수 있는 끔찍한 상황에서 '본다는 것'의 권력과 그것이 사라졌을 때 드러나는 인간성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탐구하고 있다. 유일하게 시력을 잃지 않은 여자주인공으로 줄리언 무어가, 그녀의 남편이자 안과의사 역은 마크 러팔로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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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블라인드니스> (개막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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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역>으로 잘 알려진 월터 살레스는 서로다른 인생의 길을 걷는 형제 4명을 통해 브라질 대도시 상파울루의 어두운 이면을 그린 <리나 데 파세 (라인 오브 패시지)>를 경쟁부문에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과 아르헨티나 합작영화인 <레오네라>는 감옥 안에서 아들을 출산하게 된 여자주인공 훌리아를 통해 각박한 사회현실을 그린 작품.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체>는 라틴아메리카 혁명을 다룬 영화다 . 제목에서도 알 수있듯이 체 게바라가 1956년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혁명에 뛰어드는 과정부터 볼리비아 밀림에서 죽음을 맞기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혁명투쟁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는 점에서 청년 체게바라를 주인공으로 한 <모터사이클 다이어리>같은 낭만적 분위기의 영화와는 분명한 차별화를 이루고 있는 것. 미국, 프랑스, 스페인 합작영화로 1,2부 합쳐서 4시간 반짜리 대작이다. 경쟁부문에 나란히 진출한 이탈리아영화 두편도 정치적인 색채가 강하다.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일 디보>는 2차세계대전후 수차례 총리직을 역임하며 이탈리아 정계를 쥐고 흔들었던 줄리오 안드레오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부패한 정치를 비판하고 있다. 안드레오티는 마피아와의 결탁설, 언론인 살해교사 혐의 등으로 엄청난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인물. 부패한 정치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최근 총선에서 또다시 승리해 총리직에 오른 것과 연관해, 이탈리아 내에서 <일 디보>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역시 이탈리아 영화인 마테오 가로네 감독의 <고모라>는 나폴리의 실존 마피아인 카모라 가문이 한 도시를 넘어서서 이탈리아를 장악해가는 과정을 다룬 문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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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톰 에고얀 감독의 <동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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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형제 감독 다르덴의 <로르나의 침묵>은 알바니아 불법 이주자인 여주인공 로르나가 강제출국당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을 통해 이주 노동자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프랑스 로랑 캉데 감독의 <더 클래스>는 교육현장실태를 조명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 감독 아톰 에고얀의 <동경>은 인터넷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소년 사이몬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로, 최근 사회 이슈화되고 있는 사이버스페이스의 의미 및 문제점을 파헤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전쟁, 테러 등을 다룬 작품으로는 이스라엘 감독 아리 폴만의 애니메이션 <바시르와의 월츠> 를 꼽을 수있다. 1982년 1차 레바논 전쟁때 벌어졌던 난민캠프 학살사건의 악몽을 다룬 묵직한 작품이다. 칸이 사랑하는 중국 감독 지아장커의 <24 시티>는 대도시 청두에서 공장건물이 호화로운 아파트로 재개발되는 과정을 소재로 하고 있다. 급속한 물질주의로 인해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 상실 ,가치관과 인간관계의 붕괴 등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지아장커의 최근 작품들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청두는 12일 대지진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은 곳이란 점에서, <24시티>가 칸에서 특별한 관심을 끌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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