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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어디까지…"

한숨 짓는 서민들…물가 급등, IMF 이후 최고치

"역시 기름값이죠. 예전에는 한 달에 대여섯 번 넣던 걸 지금은 일곱 번 정도 넣으니까…. 이렇게 따지니 한 달 기름값이 40만 원을 훌쩍 넘어가는 것 같네요."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진성민 씨(31, 인천시 계양구)는 "물가 오른 걸 언제 느끼나"는 질문에 기름값 얘기부터 꺼냈다. 물론 영업을 할 때 주유비는 회사에서 지원하지만, 출퇴근길 35㎞정도는 자기 부담이다. 총 기름값에서 40% 정도는 자기 돈이 나가니, 한 달 월급에서 기름값으로만 20만원 가까이 쓰는 셈이다. 두 달 전에는 10만원 초반대였다.

물가 오르는 게 피부로 느껴지는 요즘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 아니라 잔인한 달'이라는 문구가 언론 지면을 매일같이 장식하고 있다. "안 그래도 빠듯한 살림에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맬 여유가 없다"는 아우성이 들린다.

기름값, 밥값…부담 높아지는 생활비
▲ 지난 2월 라면 값 인상 소식에 소비자들은 라면 사재기에 나서기도 했다.ⓒ뉴시스

대부분 소비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분식집 볶음밥 가격은 일반 식당에서 잘 차려져 나오는 찌개류와 큰 차이가 없다. 라면·과자류 등 먹거리의 가격이 모두 오르거나 양이 줄어들었다. 특히 사회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민감하게 느낄 기름값과 밥값 지출이 늘었다.

"밥 사먹을 때 조금 부담스럽긴 해요. 당장 김밥 1000원 짜리가 없어졌잖아요? 뉴스보니 원재료비가 많이 올라서 그렇다던데…"

진 씨의 말 대로다. 유가 상승과 식품 원재료비 상승이 물가 상승의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기름값 비교사이트인 '오일프라이스와치'에 따르면, 9일 현재 휘발유값이 리터당 최고 2000원선을 넘었다. 제주 추자도 인양주유소의 휘발유값이 이틀 전 리터당 2005원까지 오른 것이다. 휘발유값이 2000원선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휘발유값이 이렇게 비싸진 이유는 지속적인 국제유가 상승 때문이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했다. 우리나라의 주 수입유인 두바이유도 115달러선을 넘었다. "200달러를 연내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밀가루값 상승도 심상찮다. 당장 지난 달 21일, 동아제분의 가격 인상을 신호탄으로, 28일에는 국내 최대 제분업체인 CJ제일제당이 4개월만에 20% 가량 가격을 인상했다. 이 때문에 라면, 과자, 피자 등 간식 가격이 모조리 올랐다. 2000원으로 라면 세 봉지를 사기가 어려운 시절이 됐다.

금융업종에서 일하는 박모 씨(33, 서울시 동작구)는 "한 달 단위로 분식값이 오르다보니 요즘에는 차라리 비싼 돈 주고 밥을 사먹는 게 낫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밝혔다.

그나마 진 씨와 박 씨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혼자 살기 때문에 개인 지출 관리가 어느 정도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필수적으로 지출해야만 하는 물품 가격이 큰 폭으로 뛰기 때문이다.

전모 씨(서울시 마포구, 36)는 이번 달 들어 3000원이 오른 분유값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일주일에 한 통 가량을 사용하니, 한 달로 따지면 1만 원 정도 지출이 늘어난 셈이다.

"O사 제품을 먹여요. 마트마다 가격 차이가 좀 있긴 한데, 이번 달에 보니 2만3000원 가량 하더라구요. 지난달에는 1만 9800원 주면 살 수 있었는데…. 그나마 저는 중간 정도 가격의 제품을 쓰는 거에요. 다른 엄마들은 저보다 더 비싼 것 많이 먹일걸요?"

4월 생산자물가지수 9.7% 상승…IMF이후 최고치

물가 상승 추세를 보여주는 지표가 발표됐다. 한국은행은 9일, 지난 달 생산자물가 지수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9.7%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998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지난 달보다도 2.6% 오른 수치로, 역시 1998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음식료품 가격의 상승 폭이 컸다. 밀과 대두 등의 국제 거래가격 상승으로 된장은 22.2% 올랐고 밀가루가 4.2% 비싸졌다.
▲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금통위 시작을 알리고 있다.ⓒ뉴시스

이와 관련, 이성태 한은 총재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쪽을 보면) 최근에도 국제 원유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데다 환율도 오르고 있어 상당 기간 동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상한선 3.5%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물가 상승세 때문에 올해 물가상승률이 4%대 후반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물가 상승은 내수 경기에 부담을 주기 마련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 성장률을 정부 전망보다 훨씬 낮은 4.5% 이하로 전망하게 된 요인이기도 하다.

정부의 예상 수준을 벗어난 물가 상승세 때문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전날 회의에서 연 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했다. 9개월째 그대로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의 '성장 압박'이 계속됐음에도 지속되는 물가 상승세를 잡는 게 더 중요하다고 금통위가 판단한 셈이다.

"임금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오르고…내수 위축세 지속될 것"

문제는 부정적인 경기 전망이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수 위축 추세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정부가 경제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는 수출 전선에도 먹구름이 드리울 수 있다는 예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대우증권 이효근 경제금융팀장은 "물가 상승이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구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임금이 따라오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수 위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지금은 수출에 이상이 없지만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세계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쳐 우리나라의 수출 경기도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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