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이후 8.15민족공동행사가 4년째를 맞아 무산위기에 빠졌다. 행사 예정 시점인 15일을 사흘 앞두고, 남북한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신경전의 핵심 고리는 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이다.
***남-북 정부, 범민련-한총련 합법참가 놓고 갈등**
북한은 올해 8.15민족공동행사에 한총련과 범민련의 합법적 참여보장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지난 7월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금강산에서 열린 남의 민족공동행사추진본부와 북의 민족화해협의회 실무접촉에서 북한은 "8.15민족공동행사에 범민련·한총련 등 단체 대표의 합법적 참가를 남측 당국이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북한은 이어 지난 3일과 7일에도 북측 민족화해협의회 명의 문서를 통해 이같은 요구를 재차 주장하면서 "13일까지 대회준비를 완료하고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북한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정부는 국가보안법이 엄존하고 있는 현상황에서 이적단체로 규정된 범민련과 한총련의 합법적 참가를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봉조 통일부 차관은 이와 관련 지난 6일 브리핑을 통해 "북측에서 개최되는 행사에 범민련·한총련을 참가시키기 어렵다"고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이로서 사실상 남북 정부간 공식 라인을 통한 문제해결의 여지는 없는 상황이다.
***민족공동행사추진본부, "북의 유연한 입장 기대, 민족공동행사는 반드시 성사해 낼 것"**
이런 가운데 민족동공행사추진본부(이하 추진본부)의 주요 구성원인 남측 민화협과 7대 종단은 12일 '민족공동행사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성사될 수 있다'며 낙관론을 제기해 주목되고 있다. 이들은 행사 무산론의 불씨인 북한의 요구 즉 범민련과 한총련의 합법참여보장은 행사 성사에 있어 절대적 전제조건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김종수 신부(추진본부 상임집행위원장)은 "북이 제기하는 범민련 등 단체의 합법적 참가 문제는 근본적으로 국가보안법과 관련한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국가보안법 존폐 문제는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이 이를 절대적 전제조건으로 내세웠을 리가 없다. 북한은 이 문제에 관해 유연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또 "북측이 13일까지 행사준비를 완료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행사 자체가 무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남북관계는 공식적으로 표현되지 않지만 암묵적으록 교감하는 사항이 많다"고 말해 이번 행사 성사를 두고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통일연대, 분산개최 불사, 독자행동 가시화**
하지만 추진본부의 이러한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추진본부의 한 축을 담당하던 시민단체인 통일연대(대표 한상렬)는 사실상 올해에는 민족공동행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추진본부의 입장에서 이탈해 남북 분산개최준비에 나서고 있다.
통일연대는 7일 '8.15 광복 59돌 통일행사에 관한 통일연대의 견해와 입장'이란 성명을 통해 "북측이 요구하고 있는 범민련·한총련의 합법참가보장을 정부가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또 통일연대는 이 성명에서 "범민련·한총련을 포함한 모든 단체들의 자유로운 참가를 보장하는 것은 남북간 대결을 조장하는 일체의 간섭을 거부하고, 민족적 단합을 한층 더 높여가는데 있어 결정적 과제"라고 주장했다.
통일연대는 이어 10일에도 성명을 발표해 "6.15남북공동성명은 서로의 제도와 체제의 차이를 존중하는 단합과 단결의 정신을 담고 있는 만큼, 남북관계에 있어 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국가보안법을 끌여들여 적용하겠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남북관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국가보안법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제기했다.
통일연대의 이러한 행보는 추진본부가 공동행사개최에 무게를 실으면서 국가보안법이나 한총련-범민련 합법참가 보장 문제에 대해 소극적 모습을 보이는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통일연대는 이에 따라 독자적으로 8.15민족공동행사를 준비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일단 범민련-한총련 등 모든 단체가 참여하는 민족공동행사를 반드시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되, 만일 범민련 한총련의 참가가 무산될 경우 남북 분산계최를 할 방침이다.
통일연대에 따르면, 일단 14~16일 북측지역에서 민족공동행사를 개최하는 것을 우선사항으로 하고, 남북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 15일 오전 10시 연세대학교에서 남측 행사를 진행하고, 이 자리에서 민족적 의지를 담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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