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미 양국은 이미 타결된 쇠고기 협상을 통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해도 한국이 수입을 중단하지 못하도록 합의한 바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당장의 '재협상' 요구를 피해가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풀이되지만, 통상마찰 등 새로운 파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진퇴양난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도 이날 청문회에서 "양 대표단이 협상한 내용은 무효화 할 수는 없지만 시행에 들어간 뒤에 새로운 상황이 벌어지면 개정을 위한 협상은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는 재론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를 가정한 얘기이지만, 타결된 협상문에 따르면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의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를 하향조정할 경우에만 수입중단이 가능하다.
이에 통합민주당 정세균 의원은 "한미 간 합의 내용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수입중단 조치를 할 수 없다고 돼 있는데 대통령과 장관의 얘기대로라면 합의 파기 아니냐"고 파고들었다.
민 정책관은 "국민의 안전과 관련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으로 통상 분쟁이 발생할 경우도 감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에둘렀다. 그는 "합의 내용상 (수입 중단 조치가)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안전한 쇠고기가 들어와야 한다는 게 한미 간의 기본적 합의인 만큼 협상 파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이 바로 무역 분쟁을 제소할 수도 있고 미국과 우리나라가 다시 협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 정책관의 말에 의하면 미국이 무역 분쟁을 제소할 가능성이 있어 통상마찰로 문제가 비화될 수도 있음을 인정한 격이다.
그는 "현재 합의한 위생조건을 적용해 수입하는 것이 중단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 새로운 논의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미국측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양국간 쇠고기 협상 결과는 미국 기준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에 따라 국제적 기준에 맞춰 결정된 것"이라고 '개정 불가'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표한 만큼 정부측 주장의 설득력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한 '새로운 협의'를 거론한 자체가 이미 체결된 협상의 졸속성을 인정한 것이어서 정부로서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내몰리게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이명박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정운천 장관이 일제히 협상문을 뒤집는 발언을 내놓은 점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정세균 의원은 "차라리 당정청 간에 진지하게 협의한 이후에 상황이 악화됐으니 다시 문제를 논의하자고 미국에 제안하는 것이 옳지 미국과 협의도 없이 대통령과 장관, 여당 대표가 협상을 뒤집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는 게 온당하냐"고 재협상을 촉구했다.
그는 "합의에 없는 내용을 대국민 약속을 하면 (상대방이) 협상 당국을 가만히 두나. 이건 정말 (국제 통상외교의) 아마추어리즘의 전형이다. 장관이 큰 실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민 차관보는 "상황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OIE 지침에 광우병 발생 시 수입 중단해야 한다는 지침이 없다"며 "그러나 국내 여론의 반응 때문에 특별한 정무적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을 뒤집을만한 근거도 없이 비난 여론의 소나기에 떠밀려 대통령을 비롯한 당정청 수뇌부가 '정치적 약속'을 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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