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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 매경 "연예인은 입 닫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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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 매경 "연예인은 입 닫으라"?

'이명박 지지선언' 때는 가만히 있더니…

인기 연예인들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의견에 대해 보수 언론이 일제히 비난성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연예인이 유명세를 탄다는 이유만으로 침묵을 강요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히려 연예인들의 보다 적극적인 사회 참여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특히 보수 언론은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던 연예인들에 대해서는 이런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이중 잣대다.

보수 언론, 일제히 연예인 비난 나서
▲ 영화배우 김민선 씨.ⓒ뉴시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해 영화배우 김민선 씨가 지난 1일, 첫 포문을 열었다. 그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로 수입하다니…차라리 청산가리를 입 안에 털어 넣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에 이어 김혜성 씨와 하리수 씨, 김상혁 씨 등 많은 연예인이 정부의 쇠고기 수입 협상을 비판하는 의견을 자유롭게 표명했다. 탤런트 정찬 씨는 지난 3일과 6일 청계천에서 열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 참여해 "광우병에 걸려 대운하에 뿌려질 수는 없다"고 공개 발언했다.

이들의 행동에 대해 보수 언론이 곧바로 '선동적'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이들이 개재하는 사설의 수준은 심각했다. 이성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사설 '정부는 쇠고기를 미선이·효순이 사건처럼 키울 셈인가'에서 문화방송의 <PD수첩> 방송 내용을 '비과학적·선정적 내용'이라고 지적하며 김민선 씨의 의견을 '미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PD수첩과 일부 매체가 '유언비어'를 부풀려 일부 연예인이 생각 없이 거기 휩쓸리고, 이에 '반미 세력'이 동조해 판단력 없는 중·고교생까지 길거리로 나왔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7일 사설 '유언비어, 거짓말, 미신에 포위된 나라'에서 김민선 씨의 발언을 두고 "한 연예인의 뒤틀린 현시욕의 소산으로만 치부하기에는 해악이 너무 크고 깊다"고 비판했다. 안타깝지만 사실관계부터 틀렸다. <동아일보>는 김민선 씨가 '여론의 지탄'을 받고 글을 삭제했다고 했지만, 김 씨의 글은 여전히 미니홈피에서 삭제되지 않았다.

<매일경제>의 한 기자가 쓴 '연예인들의 무분별한 막말'은 아예 연예인들을 의심하는 수준이다. 기사에서는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대중문화평론가의 말을 인용해 "감정적 발언을 한 연예인 중 상당수가 다소 잊혀진 스타들"이라고 평가했다. 인기를 얻기 위해 일부러 그런 발언을 했다는 논리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연예인들을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기사에서 불편한 시각을 드러냈다. 지난 5일 '일부 연예인 감정적 발언이 어린 팬들 자극'이라는 기사에서 역시 연예인들을 비판했다. 다양한 분야 교수의 말을 빌렸다는 점이 다를 뿐, 역시 입장은 똑같다.

이들 언론은 하나같이 연예인의 '선동질'을 걱정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우상으로 자리잡은 연예인들의 발언으로 '판단력 없는' 청소년들마저 휩쓸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집회를 주도한 세력이 청소년들이었고 연예인들은 이들을 따랐을 뿐이다. 보수 언론은 연예인을 탓하기 이전에, 길거리에서 아이들의 입장부터 들어야 한다.

나아가 이번 일에 목소리를 내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 연예인뿐만 아니라는 사실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강도영, 최훈 등 인기 인터넷 만화 작가들도 이번 쇠고기 협상을 비판하는 만화를 인터넷상에 올리고 있다. 이들 역시 청소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임을 감안하면, 보수 언론의 연예인 '영향력' 타령은 '여론 통제'를 바라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정치인 지지할 때는 가만 있더니…

연예인들이 정치적 사안에 목소리를 높인 건 이번 만이 아니다. 이전에도 연예인들은 가끔이긴 하지만 사회 문제에 적극 참여하곤 했다. 지난 16대 대선 때 가수 신해철 씨는 방송에 나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특히 지난 17대 대선과 18대 총선에서는 연예인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한국대중문화예술인복지회 소속 연예인 35명은 이명박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 선언했다. 18대 총선에서도 문소리 씨, 하리수 씨 등이 진보신당 후보를 지지했고, 이봉원 씨와 김흥국 씨도 각각 홍정욱 후보(노원 병)와 정몽준 후보(동작 을)의 유세를 따라다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는 길거리 집회가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파급력에서는 대선이나 총선에 미치지 못한다. 특정 정치인을 지지선언하는 것은 길거리에 나오는 것보다 훨씬 정치적이다. 정치인을 뽑는 '중요한' 자리에 연예인이 나설 때는 침묵하다가 쇠고기 문제에 한 마디 한 것을 두고 '선동적' 운운하는 것은 아무런 정당성을 얻지 못한다.

연예인들의 이명박 대통령 공개 지지선언의 경우,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후 몇몇 연예인이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동원됐다'는 추측이 가능한 부분임에도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은 없었다.

우리 연예인, 목소리 더 높이자
▲ 록밴드 펄잼의 홈페이지. 'ACTIVISM'이라는 단어가 선명하게 보인다.ⓒpearljam.com

사실 외국의 사례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연예인들은 말을 많이 아끼는 편이다. 연예인이 국민의 한 사람임을 감안하면, 그들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는 문제가 될 수 없다. 오히려 그들이 다양한 사안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높임으로써 공론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미국에서 할리우드 스타들의 정치 참여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당장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도 유명 토크쇼 진행자인 오프라 윈프리는 오바마 지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그렇다고 그녀의 토크쇼 진행에 문제를 제기하는 일은 없다. 마돈나, 론 하워드 등은 힐러리를 지지한다. 아예 노골적으로 특정 이념을 대변하는 음악을 연주하는 음악인도 많다.

이들의 활동은 정치참여에만 그치지 않는다. 인기 록그룹 펄잼의 에디 베더는 미국 소비자운동의 대표 기수인 랠프 네이더 지지자로 유명하다. 이 그룹은 공개적으로 인디언 보호구역 지키기 운동을 비롯해 다양한 반기업 운동, 환경 운동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심지어 공연 때 부시 대통령을 모욕하는 행위를 공개적으로 한다. 유명 하드코어 랩밴드인 비스티 보이스는 '티벳 자유 공연'을 직접 기획했다. 이들의 행동이 정치적으로 논란이 될 수는 있지만, 유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문제되지는 않는다.

문화평론가 김작가 씨는 "서구 대중음악인의 경우, 지난 60년대 '플라워 무브먼트' 이후 지속적으로 사회 현안에 목소리를 냈다"며 "이같은 전통은 유명인들이 스스로를 음악인 이전에 '나도 한 사람의 시민'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쇠고기 문제에 대해 연예인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 "때 늦은 감이 있다"면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나라 연예인들의 사회 참여도 보다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예술인의 사회 참여를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강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연예계도 외부의 시선에 위축되지 말고 '연예인 시민의식'을 싹틔우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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