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인사파동이 났을 때 그랬다. 영어 몰입교육과 대운하에 대해서도 그랬다. 한 발 물러서서 사태를 관망했다. 그러다가 대통령에게 고언을 하거나 차별화를 꾀했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선 그렇게 하지 않는다. 정부와 보조를 맞춰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역공을 펴기도 한다.
물론 마냥 그런 건 아니다. 물밑에선 약간 다르다. 당정 협의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보완하려고 한다. 하지만 벽을 절감하는 눈치다. 공식 무대 위에 올라서서는 정부를 두둔한다.
왜일까? 이렇게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뭘까?
쇠고기 특별법 무산은 가능하다. 하지만…
한계상황 때문이다. 여지가 별로 없다. 단순 국내 사안이 아니다. 그래서 청와대의 양보 또는 결단만 끌어내면 상황을 끝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상대방인 미국 앞에서 도장을 찍은 사안이다. 그래서 속된 말로 '빼도 박도' 못한다. 퇴로가 없는 셈이다.
퇴로가 없으니 배수진을 펴는 건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다. 정면돌파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 공격이 방어다.
1차 방어는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과 민노당은 쇠고기 협상 무효화와 재협상을 강제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겠노라고 벼르지만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다른 정당이 동조하지 않기 때문에 수적으로 열세다. 한나라당이 막아낼 여력은 충분하다.
근데 이게 문제다. 특별법 제정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 오히려 한나라당에겐 위기가 될 수 있다.
재협상 여지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판정 나는 순간 국민 여론은 종잡을 수 없게 된다.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믿었던 방법이 산산이 부서지면 여론은 격해지고 다변화된다. 반면에 한나라당이 내놓을 카드는 없다.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다. 10년 만에 되찾은 여당 지위에서 어떻게 위기를 관리할 것인지 평가받게 된다.
그 다음 대안이 없다
길은 두 갈래다. 하나는 고전적인 방법이다. 물타기다. 미국산 쇠고기에 필적할 만한 사안을 꺼내 민심을 수습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의치가 않다. 위기를 위기로 극복하는 방법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 자칫하다간 정권의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 위기를 양보로 상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집권한 지 두 달여 만에, 18대 국회가 개원하기도 전에 꺼내드는 양보 카드는 너무 아깝다. 정국 주도권을 통째로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 역시 좀 더 고전적인 방법이다. 억누르기다. 미국산 쇠고기 옹호논리를 설파해 반대논리를 잠재우고 힘을 동원해 확성기 전원을 끄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또한 손실이 너무 크다. 지금 그렇게 하고 있지만 국민은 별로 동요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권위'를 잃고 '권위주의'에 한 발 밀착하게 되는 반면 국민은 불만을 안으로 감추고 불신감을 키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여당 한나라당에 던져진 1교시 시험문제다.
* 이 글은 김종배의 뉴스블로그 '토씨(www.tosee.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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