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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반대 전국도보순례단 서울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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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반대 전국도보순례단 서울 입성

전쟁피해자들과 함께, "정당한 전쟁이란 애초에 없었다"

연일 섭씨 30도를 넘는 폭염 속에서 '고행'을 고행이 아닌 '행복'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지난 24일부터 부산을 시작으로 대구, 경산, 거창, 광주, 천안, 대전을 거쳐 31일 서울에 도착한 20여명의 '이라크파병반대 전국도보순례단'(단장 최봉대) 이다.

이들은 31일 서울 도착 이후 국회·열린우리당사 앞 항의 집회와 저녁 7시 광화문 촛불대행진을 마지막으로 장장 8일간의 전국 도보 행진을 마친다. 서울 영등포역 앞 서울행진발대식을 진행중인 이들을 31일 만났다.

***고행이 고행이 아닌 이유**

가만히 있어도 등고랑에 흘러내리는 땀줄기가 그칠 날이 없는 요즈음, 전국을 도보행진한다는 결단 그 자체부터 범상치 않다. 여름철에 방학을 맞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극기훈련'이나 천리행군을 한다는 군 특수부대 훈련이 아닌 다음에야 뜨거운 열기가 솟아오르는 아스팔트와 흙먼지가 피어오르는 도로를 8일내내 걷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일대 사건이다. 종교인들이 득도(得道)를 하고자 감행하는 고행과 조금도 다를바 없는 고행 중의 고행이다.

하지만 정작 고행을 감행한 이들 도보순례단은 스스로 '고행'이 아니라고 말했다. 검게 그을리긴 했지만 8일간의 도보순례로 지칠대로 지쳐있어야 할 그들의 표정에서 맑은 웃음과 새록새록 솟아나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도보순례 8일, 전일 참가한 김보나(36) '태평양전쟁희생자협회' 사무국장은 "얼마나 힘들었나"라고 묻자 "별로 할 말이 없다. 물론 발이 부르트고, 배탈도 나고, 그래서 약을 먹으면서 걸었지만, 그런 것 때문에 고행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김 국장은 오히려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거리에서 전국 시민들과 만나며 의견을 공유하고, 순례단 구성원들끼리 많은 대화를 통해 반전과 파병철회에 대한 신념을 다시한 번 다질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고행이 아니라 행복이었다는 평가는 비단 김 국장만의 느낌이 아니었다. 20명 남짓한 순례단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매우 불편해 보이는 중증장애인 최창현씨(40)도 있다. 전동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기자의 질문에 어렵게 어렵게 한 마디씩 내뱉는 최 씨의 말도 김 국장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최씨는 "온 몸으로 뛰었기 때문에 어떠한 메시지보다 강하다. 이 시대 전쟁의 아픔이 뭔지 아는 분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평화가 왜 중요한지, 전쟁을 왜 해서는 안되는지에 대해 보다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 씨 역시 부산에서 서울까지 한 차례도 쉬지 않은 도보순례 전일 참가자다.

'도보순례동안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이었냐, 고행인 줄 알면서도 순례에 참여한 이유가 무엇이었나'라는 기자의 질문은 이들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우문'인 이유다.

***전쟁피해자와 함께한 순례**

최씨의 말처럼 이번 도보 순례단의 특징은 바로 전쟁의 참혹함을 온 몸으로 보았고, 지금껏 전쟁의 상처를 완전히 씻어 내지 못한 전쟁피해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태평양전쟁희생자, 베트남전쟁희생자, 고엽제 피해자, 한국전쟁피해자, 정신대할머니들도 이번 순례에 참여했다. 50살은 훌쩍 넘은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젊은이도 견디기 힘든 전국 도보순례에 나선 이유는 무척 간단하다.

순례단 최고령인 77세의 이 모 할머니는 흔히 말하는 일제하 정신대로 끌려간 전쟁피해자다. 이 할머니는 "김선일씨의 죽음을 텔레비전에서 보고, 전쟁으로 인해 젊은 청년들이 죽는 것을 그냥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며 "전쟁의 참혹함을 온 몸으로 느낀 우리들이 나서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에 순례단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순례단의 단장인 최봉대 변호사는 이와 관련 "전쟁 피해자 만큼 전쟁의 실상을 정확하게, 그리고 절박하게 알릴 수 없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이어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을 하는 사람도 사실 (전쟁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다소 피상적인 인식에 머무를 때가 많다"며 "그렇기 때문에 전쟁을 직접 체험한 어르신들의 이번 순례단 참여는 더욱 의미가 깊다"고 덧붙였다. 최 변호사는 8일 순례에도 불구하고 1일 단식 중이다.

***"정당한 전쟁은 없다"**

누구보다 전쟁반대운동의 최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정현 목사도 함께 자리했다. 평화유랑단을 이끌고 이번 전국도보순례에 일원으로 참여한 문 신부는 "정당한 전쟁은 애초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신부는 "정치 지도자들은 갖은 명분을 들이대면서 정당한 전쟁이라고 강변하지만 인류 역사에 있어 정당한 전쟁은 없었다"며 "이라크 전쟁 역시 미국은 이라크의 무기공장만을 공격한다고 말하지만, 지금껏 미군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민간인이 얼마나 많냐"고 말했다. 문 신부는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일체의 모든 전쟁은 그 자체로 정당성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문 신부의 말처럼 도보순례단 참여자들은 이번 미국의 이라크 전쟁과 우리의 파병에 대해 '정당하지 못한 전쟁'이기 때문에 반대하지 않는다. '모든 전쟁에 반대한다'는 이들의 신념이 장장 8일동안 무더위를 이기며 전국 도보행진을 가능케 한 셈이다.

이들은 발대식을 마치고 다시 국회를 향해 마지막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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