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차명계좌는 우리은행과 삼성증권ㆍ굿모닝신한증권에만 개설된 게 아니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 차명계좌가 개설된 금융회사는 총 10곳이다. 이 가운데 은행은 우리ㆍ하나ㆍ신한 등 3곳이며, 증권사는 삼성ㆍ굿모닝신한ㆍ한국ㆍ대우ㆍ한양ㆍ한화ㆍCJ투자증권 등 7곳이다. 삼성 비리 의혹을 수사했던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넘겨준 자료를 금감원이 분석한 결과다.
금감원은 이르면 다음 주부터 이들 10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차명계좌 개설 과정 등 금융실명제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들 금융회사가 삼성 차명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를 밝히는 게 핵심이다.
현행 금융실명법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계좌를 개설할 때 본인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게 돼 있다. 만약 본인이 아니라면, 반드시 위임장을 제출해야만 계좌가 개설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리고 금융회사가 고의적으로 차명계좌를 개설했다면, 금융회사와 관련 임직원은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
'혐의거래 보고의무' 위반 여부 역시 조사 대상이다. '특정금융거래정보의보고및이용등에관한법률'에 따르면, 2000만 원 이상 거래로서 금융재산이 불법재산이거나 금융거래 상대방이 자금세탁행위를 하고 있거나 분할거래를 하고 있다고 의심할만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KoFIU)에 신고해야 한다.
금감원이 지난해 우리은행 삼성센터 지점에 개설된 차명계좌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은행은 금융실명제법과 혐의거래 보고의무를 모두 위반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제재는 '기관경고' 수준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을 받았었다.
그래서 이번 조사 역시 비슷한 순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특검이 차명 계좌에 담긴 자산의 출처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금감원 조사에서 차명계좌에 담긴 돈의 실소유주가 밝혀질 가능성은 작다.
따라서 금융회사가 조직적으로 삼성 차명계좌 개설에 개입했더라도 이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자칫하면, 윗사람의 지시를 고분고분 따른 실무 직원들만 처벌받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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