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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서 잠 못 자고, 밥 못 먹게 하면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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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서 잠 못 자고, 밥 못 먹게 하면 위법!"

[토론회] '학생 인권 보장 조항' 신설, 그러나…

"밥 좀 먹자! 잠 좀 자자! 우리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학교 자율화 계획'으로 인해 학생 인권 문제가 또 다시 사회적 논란으로 떠올랐다. 0교시 수업과 우열반 운영 등을 가능케 한 교과부의 조치는 그렇지 않아도 입시 경쟁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을 더욱 내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조치는 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3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학생 인권 보장 의무 조항'과 충돌한다는 것.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어 온 학생 인권에 관해 의무 사항으로 규정했다는 나름의 의미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는 정작 이 조항이 신설된 것조차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와 국가인권위원회,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달 30일 서울시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학생 인권 내용과 증진 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논의했다.

"학생인권 개선의 계기 마련"

지난해 12월 14일 공포된 뒤 지난 3월 1일부터 시행된 초중등교육법 개정법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조항은 한국 법 최초로 '학생의 인권 보장'을 명시하고 있는 제18조 4항이다. 이 조항은 "학교의 설립자, 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법안을 발의한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우리가 제안한 개정안을 100% 관철시키지 못해 아쉽지만 이 법안의 신설로 학생 인권을 개선할 물꼬를 텄다는 데에 나름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학교 폭력과 가정 폭력이 사회 폭력을 낳는 게 현실"이라며 "가장 기본적인 단위에서부터 인권을 보장하려는 시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처음 제안했던 개정안에는 '학칙을 개정할 때 총학생회와 협의', '체벌 금지', '0교시 수업, 자율학습 강요 행위 금지', '두발 검사 금지', '가정 환경 등에 따른 차별 금지' 등의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는 반영되지 않았다. 다만 "학생이 퇴학조치를 당했을 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시·도학생징계조정위원회'를 설치하라"는 내용을 담은 제18조 2, 3항이 신설됐다.

"입시와 학교 자율화 정책이 발목잡아"

이 날 토론회 참가자들은 무엇보다도 교과부의 '학교 자율화 계획'이 학생의 인권침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흥사단교육운동본부의 권혜진 사무처장은 "현 입시체제에서 교과부가 발표한 자율화는 학교장과 교감의 자율화를 의미한다"며 "학부모회와 교사회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동덕여자고등학교 전상룡 교장은 "학원, 학교, 학부모의 일치된 견해가 학생들을 옭아매고 있는 것"이라며 "입시라는 이름하에 꾸준히 스트레스를 줘서 아이들이 죽음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렇게 죽어가는 학생이 일 년에 100명에 이르는데 정부는 이를 인권 차원에서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학생인권 보장 의무조항이 '선언적 성격'을 갖는 데 그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아쉬움도 이어졌다. 법 이행에 관한 강제력이 없어 유야무야한 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권교육센터 배경내 활동가는 "같은 법(초중등교육법)에 '교육적 체벌은 허용한다'는 모순된 조항이 있다"며 "이것이 이 법의 현실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 자율화 정책으로 위협받는 학생 인권의 현실태를 점검하는 토론회가 지난 4월 30일 열렸다. ⓒ국가인권위원회

"사회협약을 통한 실천으로 구체화될 것"

한편, 법조항 신설을 계기로 학생 인권을 증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논의도 이어졌다.

전교조 천희완 참교육실장은 "법조항이 신설된 후 이어져야 하는 것이 바로 '사회 협약'"이라며 "학생, 학부모, 교사, 정부기관, 시민·사회단체, 그 밖의 이해 당사자들이 합의를 통해 '학생의 인권 보장'을 위한 사회 협약을 맺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영희 인권위 인권교육본부장은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가족부, 교육청 4곳 그리고 학부모 단체와 교원 단체, 청소년단체가 함께 '학생 인권 보장'의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회협약 역시 한계를 가진다는 점도 지적됐다. 배경내 활동가는 "강제력 없는 협약은 학교단체장이 더 많은 재량권을 갖는 것을 정당화해주는 구실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설·개정된 초중등교육법안 내용

제18조의2 (재심청구) ① 제18조제1항에 따른 징계처분 중 퇴학조치에 대하여 이의가 있는학생 또는 그 보호자는 그 조치를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 또는 그 조치가 있음을 안 날부터 10일 이내에 제18조의3에 따른 시 · 도 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그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② 제18조의3에 따른 시 · 도학생징계조정위원회는 제1항에 따른 재심청구를 받은 때에는 30일 이내에 이를 심사 · 결정하여 청구인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③ 제2항의 심사결정에 이의가 있는 청구인은 그 통보를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행정심판을 제기할 수 있다.
④ 제1항에 따른 재심청구, 제2항에 따른 심사 절차와 결정 통보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본조신설 2007.12.14]
제18조의3 (시 · 도 학생징계조정위원회의 설치) ① 제18조의2제1항에 따른 재심청구를 심사 · 결정하기 위하여 교육감 소속으로 시 · 도 학생징계조정위원회(이하 "징계조정위원회"라 한다)를 둔다.
② 징계조정위원회의 조직 · 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본조신설 2007.12.14]
제18조의4 (학생의 인권보장) 학교의 설립자 · 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 [본조신설 2007.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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