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복당 승부수', 통할까?

전당대회 겨냥 '강재섭 타고 넘기' 시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29일 당 밖 측근들의 복당 문제와 관련해 "최고위원회에서 공식 결론이 나면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더 이상 (복당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고위에서 결정을 해 주길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강재섭 대표가 전날 "최고위에서 의결해도 복당 반대로 결론 날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선 "왜 공당 대표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느냐. 한나라당은 사당이 아니다"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강 대표가 왜 걱정을 하느냐"고 쏘아붙였다.

박 전 대표는 "내가 (전당대회에) 나가지도 않을 것이고 더구나 전대에 영향도 없다는데 걱정할 게 하나도 없다. 무슨 이유로 반대를 하느냐"며 복당 문제에 대한 조속한 매듭을 촉구했다.

박 전 대표는 다만 '최고위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결과를 보고 내가 결정을 할 일"이라고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족쇄는 벗고 이슈는 살리고

박 전 대표의 이날 발언에는 두 가지 포석이 읽힌다. 첫째는 자신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복당 문제를 당 지도부의 몫으로 이월하려는 의도가 역력해 보인다. 복당 문제를 이슈로 살리면서도 자신은 계파 문제에만 얽매이는 듯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이다.

▲ ⓒ연합

두 번째는 모종의 승부수로 보는 해석이 있다. 복당문제가 최고위에 공식 상정된다고 해도 최고위원 면면을 보면 복당이 허락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일치된 견해. 이를 잘 아는 박 전 대표가 "최고위의 공식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 건 강재섭 대표가 복당 문제를 공식 안건을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나름의 판단에 근거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강 대표는 "공적 절차보다 내가 당 대표로서 '내가 대표로 있는 동안 복당은 안 된다'고 하는 것이 새 지도부가 복당 문제에 대한 판단을 새롭게 하려 할 때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 후엔 어떤 경로로건 친박 복당이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인 만큼 현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복당 불가를 결정해 놓으면 차기 지도부는 이 결정을 뒤집을 수밖에 없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현 시점에선 강 대표의 이 같은 입장이 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강 대표의 속내를 모를 리 없는 박 전 대표의 '최고위 결정' 압박은 지도부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제안을 던져두고 전당대회에 대응하는 자신의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기엔 최근 여의도연구소 조사에서 나타났듯 한나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복당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데 대한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최고위가 공식 논의를 거부하건 만의 하나 복당 불가를 결정하건 이 문제는 전당대회의 최대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내 여론에 민감한 전대 출마자들도 '복당 반대'를 명시적으로 내놓을 수 없는 처지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친이명박계 지도부가 등장한다고 해도 박 전 대표가 실질적인 전대의 승자로 부각되게 된다. 그 뒤 새 지도부가 친박 인사들을 받아들이면 박근혜 주가는 새로운 당내 질서에서도 상종가를 친다.

이처럼 7월 이후까지 내다보고 '강재섭 타고 넘기'의 첫 발을 뗀 박 전 대표의 시나리오는 성공할 수 있을까? 검찰이 수사망을 죄어가는 친박연대 등의 비례대표 공천 논란과 '박근혜 시나리오'에 대한 청와대와 이명박계의 대응이 다음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