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보던 방송인 류시현 씨는 이 대목에서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딸 다섯을 키우느라 고생하신 엄마 생각이 난 것이다. 그의 갑작스런 눈물에 청중들은 일순간 당황했지만 곧 그의 마음은 모두의 마음으로 전해졌다. 25일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한국여성재단인 주최한 <2008 여성희망캠페인 및 100인 기부릴레이> 발대식 에서다.
"나눔에서 돌봄으로" - 절반의 세계를 일으키는 대장정
2008년 한국여성재단이 내놓은 여성희망캠페인의 슬로건은 '나눔에서 돌봄으로'다. 한국여성재단 박영숙 이사장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자본화된 나눔'이 아니라 '인간의 체온이 느껴지는 나눔'이 바로 돌봄"이라고 했다.
박 이사장은 "여성희망캠페인은 절반의 세계를 일으키는 대장정"이라며 "여성의 80%가 빈곤과 폭력, 그리고 불평등한 삶의 기회에 노출되어 있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레시안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여성재단의 2008 여성희망캠페인에 참여해 언론공동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다. 이번 캠페인은 '여성에 대한 돌봄'을 화두로 '여성의 빈곤화 문제'와 '폭력에 노출된 여성의 문제'를 주요한 주제로 다룰 예정이다. '빈곤'과 '폭력', 이는 대다수의 한국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다.
100인 기부릴레이로 3100명의 기부천사 탄생
한국여성재단은 매년 5월이면 한 달 동안 여성희망캠페인을 펼쳐 왔다. 재단이 처음 생긴 1999년 이래 계속 이어져온 연례 행사다. 2003년부터는 "기부문화의 대중화"를 내걸고 여성희망캠페인의 하나로 "100인 기부 릴레이"를 실시해 왔다. 100인의 '이끔이'가 5월 첫 날 기부를 시작하면 다음 기부자가 각각의 뒤를 잇는다. 이렇게 한 달이 지나면 무려 3100명의 기부자가 생겨난다. 이끔이들은 주로 유명인사들이지만 뒤를 잇는 기부자들은 일반인들이 많다.
이 날 발대식에는 통합민주당의 김상희 이미경 당선자, 민주노동당 이정희 당선자, 덕성여자대학교 지은희 총장, 프레시안 박인규 대표, 한국여성재단의 홍보대사이자 뮤지컬 배우인 이소정 씨 등 100여 명의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100인 기부 릴레이 '이끔이'들이다. 이 날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이희호 전 영부인과 권양숙 전 영부인, 변도윤 여성부 장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 '개미교수'로 잘 알려진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 피아니스트 서혜경 씨, 방송인 손범수 진양혜 부부 등도 이 릴레이에 뜻을 같이 하고 있다.
'100인 기부 릴레이'와 언론공동캠페인 외에도 5월 한 달 동안 여러 '나눔의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오성근 작가는 다문화가정, 즉 이주여성이 꾸린 가정에 책을 무료로 제공하는 '책 나눔'을 약속했고 베니건스(홍대점)은 빈곤 가정 청소년을 초청하여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는 '음식 나눔'을 약속했다. 농협(서교동점)의 직원들은 월급의 1%를 기부하는 '일터 나눔'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이 외에도 여러 문화공연에 빈곤여성과 빈곤가정의 어린이들을 초대하는 '문화 나눔'도 있을 예정이다.
"기부문화의 대중화를 꿈꾼다"
이 날 행사에 모인 이들은 입을 모아 '기부문화의 대중화'를 강조했다.
박영숙 이사장은 "한국과 같이 기부문화의 토양이 척박한 사회에서 기부자를 모으는 일에 어려움이 많다"며 "매년 기부 릴레이의 이끔이를 모으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여성희망캠페인이 "누구나가 기부자가 될 수 있는 기부의 대중화를 만들어내는 캠페인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기부 릴레이를 통해 모인 돈은 전액 '성평등사회 조성사업'과 '여성복지 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이 분야에서 활동자금을 요청한 개인과 여성단체를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기금을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 해 '100인 기부 릴레이'를 통해 모인 금액은 약 1억 6000만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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