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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대표님, 당신은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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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대표님, 당신은 누구세요?"

[김종배의 it] '졸속'과 '조속' 사이에서 갈짓자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꼭 물어볼 말이 있다. 이것이다.

"당신은 누구세요?"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그가 한미FTA 찬성론자라는 건 세상이 다 안다. 당 최고위원회의가 제동을 걸어도 "한미FTA를 무서워 할 필요가 없다"면서 이번 임시국회에서 비준해야 한다고 주장한 그다.

그런 그가 노기를 발동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에 대해 "왜 그렇게 허겁지겁 타결했는지 알 수 없다"며 "이건 협상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쇠고기 협상 '졸속' 비난하면서 한미FTA '조속 비준' 주장

궁금한 게 바로 이것이다. 허겁지겁 타결한 한미 쇠고기 협상을 비난하면서도 한미FTA 비준을 허겁지겁 서두르는 이유가 궁금하다.

형식논리는 갖다 붙일 일이 아니다. 쇠고기 수입개방과 한미FTA 비준이 별개 사안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부가 쇠고기 협상을 "허겁지겁" 서둔 이유가 한미FTA를 하루라도 빨리 비준받기 위해서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안다.
▲ ⓒ뉴시스

이렇게 말했어야 한다. 손학규 대표가 진정한 한미FTA 옹호론자라면 쇠고기 협상에 대해 "불만족스럽긴 하지만 부득이한 사정을 이해한다"고 했어야 한다. 쇠고기 협상을 '날림'으로 확신한다면 "이렇게 조공외교를 하면서 한미FTA를 서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어야 한다.

근데 따로따로다. 한쪽에 가서 미소 짓고 다른 쪽에 가서 얼굴을 붉힌다. 웬만한 상식으로는, 그리고 정상적인 정서로는 이해하려야 이해할 수 없는 태도다.

손학규 대표도 이런 반응을 감지한 걸까?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로운 얘기를 꺼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 FTA가 다 된 것처럼 얘기하는데 농업 등 피해산업에 대한 지원 대책을 구체적으로 내놓고 비준을 요청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FTA 피해대책 내놔라"…입장 바뀐 건가

이 말에 방점을 찍으면 '한미FTA의 허겁지겁 비준'은 그의 실행계획표에서 삭제한 것 같다. 더불어 그의 이율배반적인 태도도 얼추 정리된 것 같다.

하지만 모른다. 이렇게 예단하기엔 그의 다른 말이 너무 강렬하다. "미국의 의회,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등 지도부의 동의를 받기 위한 노력과 전망을 내놓고 국회와 야당과 국민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완전히 상반된 말이다. 앞의 말과 뒤의 말이 서로를 배척한다.

손학규 대표의 말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할 만큼 했다. "미국의 의회, 미국 민주당 지도부의 동의를 받기 위해" 쇠고기 협상을 "허겁지겁" 끝내지 않았는가.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서도 아주 흡족해 한다고 하니 성의 표시는 할 만큼 한 셈이다.

반면에 불만인 곳도 있다. 농민이다. 정부가 쇠고기 협상 후에 농가 지원대책이란 걸 내놓았지만 농민은 '턱없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자고나면 폭락하는 소값에 농심이 폭발 일보직전이라는 소식도 들리는 터이다. 이런 상황에 견주면 손학규 대표가 주문한 "농업 등 피해산업에 대한 지원 대책"은 감질조차 나지 않는 부실한 것에 다름 아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자신의 주문사항 중 하나는 만족할 만하고 다른 하나는 부실하다. 자, 손학규 대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여전히 양 갈래 길에서 서성일 건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런 해법이 있다. 두 개의 주문사항 중 만족한 것은 놔두고 부실한 것을 보완하는 방법이다.

어차피 타결된 쇠고기 협상,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농가 지원대책에서 좀 더 많은 조치를 끌어내는 방법이다. 그러면 손학규 대표는 민생을 챙기는 정치 지도자가 되고 한미FTA 비준 여건은 성숙된다.

잘 볼 일이다. 오늘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 그리고 야3당이 합의해 밀어붙이려는 청문회에서 그와 민주당 의원들이 어떤 화법을 쓰는지를 잘 보면 안다. 방점을 '협상 무효'에 찍는지, 아니면 '협상 후속대책 보완'에 찍는지를 보면 안다.

* 이 글은 김종배의 뉴스블로그 '토씨(www.tosee.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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