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상절차법을 고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번 한미 쇠고기 협상과 같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협상"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설령 통상절차법이 제정되더라도 이번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게다가 얼마만큼 효과적인 공조가 이뤄질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고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이 다르며, 법안이 제출된 지 2년이 지나도록 여태껏 양당 간 대화도 진행되지 않은 이유에서다.
민주 "통상절차법 제정", 민노 "일단 환영"
최인기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1일 "국민 전체의 건강에 관한 문제인데 정부가 이번처럼 일방적으로 검역주권을 포기해 버리면 국민의 의사는 전혀 반영될 길이 없다"며 "통상에 관한 협상을 할 때 국회의 동의절차를 거치도록 법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통상절차에 대해 정부가 전권을 가지고 있고 국회는 비준동의권만 있는데, 이를 국회가 심의와 동의 절차를 사전에 밟을 수 있도록 고치겠다는 것이다. 최 의장은 "민노당과 저희 당이 공조해서 옛날에 제출한 법안이 있는데 심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이번 임시국회에서 해당 법안의 통과를 추진키로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민주노동당도 일단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민노당 박승흡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민주노동당이 2006년 2월 제출한 통상절차법 제정이 무산돼 온 책임을 구 여당의 후신인 통합민주당에게 묻지 않을 수 없지만, 어쨌든 통상절차법 제정 필요성을 언급한 점은 뒤늦게나마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상절차법 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야당들이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두 야당이 공감대는 이뤘지만 성과는 미지수
그러나 이같은 공감대가 실제로 얼마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단 통상절차법이 제정되더라도 이번 쇠고기 협상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을뿐더러, 외견상 보이는 공감대와는 달리 양당의 속내는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통상절차법안은 3건이 있다. 그 중 2건은 민주당 소속인 이상경 의원과 송영길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고, 1건은 민노당 소속인 권영길 의원이 발의한 것이다. 대체로 권 의원의 안이 더 포괄적이고 급진적인 변화를 의도하고 있고, 이 의원과 송 의원이 발의한 안은 상대적으로 변화의 폭이 좁고 온건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민주당 최인기 정책위의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상경 의원과 송영길 의원의 발의안을 절충해서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노당 박승흡 대변인은 이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당연히 권영길 안으로 가려 한다"며 앞으로의 협상과정에 진통이 있을 것임을 암시했다.
게다가 어느 쪽으로 법안이 최종 통과된다 하더라도 그 효력은 이번 쇠고기 협상 결과에는 아무런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미 처리된 협상에 대해서는 법안의 효력이 소급하여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요컨대, 만일 통상절차법이 제정되더라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될 것이란 얘기다.
더 큰 문제는 한미 FTA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 2006년 각 당이 앞다퉈 쏟아낸 통상절차법안이 사실상 17대 국회의 마지막 회기인 이번에도 처리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는 데에 있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무신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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