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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해석을 넘어, 프로이드의 경계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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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해석을 넘어, 프로이드의 경계를 넘어

[뉴스메이커] 〈GP 506> 만든 공수창 감독 인터뷰

2주전 개봉돼 화제를 모았으나 안타깝게도 흥행몰이에는 실패한 공수창 감독의 〈GP 506>은 아까운 작품이라는 것이 중평이다. 군사분계선 안 GP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살인극을 좀비영화의 특성과 결합시킨 이 영화는 상업영화와 비상업영화의 경계에 서있다는 측면에서, 정치적인 해석과 인간 심연에 대한 프로이드적 해석의 경계에 서있다는 측면에서 한국영화의 새로운 지점에 다가선 작품으로 보여진다. 무엇보다 새로운 정부 출현 이후 新공안 정국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군대의 이야기가 또 다시 터부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시기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공수창 감독은 왜 전작인 〈R포인트>에 이어 또다시 광기에 휩싸인 군인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는가. 공수창 감독을 만났다.
〈GP 506>은 어떤 영화? 이제 막 아내의 장례식을 마친 군수사관 노 원사(천호진)는 상급자로부터 특명을 받는다. 군사분계선 안 506GP에서 원인 모를 살인극이 벌어져 소대원 21명 가운데 20명이 몰살됐는데 그중 GP장인 유 중위의 시체를 찾아 오라는 것이다. 이유인 즉슨 이 유 중위가 육군참모총장의 아들이라는 것.
GP 506
유 중위와 함께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나머지 소대원들은 살아있는 병사가 모두 살해한 것으로 보고됐다. 참혹한 시체가 쌓여 있는 506GP로 급파된 노 원사는 그곳에 미리 와있던 헌병 수사대와 합류, 유 중위의 시체를 찾고 동시에 범행동기를 캐는데 주력하지만 사건의 실마리는 커녕 헌병대원들마저 하나둘씩 서로를 죽고 죽이는 광기에 휩싸이게 된다.
- 이 영화를 두고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사람이 많다. 어쩌면 그게 쉽다. "군대에서 벌어지는 일, 군사분계선의 문제, 더 나아가 분단상황 등은 사실 2차적인 주제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인간들은 어떤 행동을 보이는가, 인간은 어떻게 변하는가가 보다 본질적인 주제다. 하지만 어쨌든 군대라는 상황을 극단적인 상황과 직결시켰다는 측면에서 이 영화가 정치적이라고 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는 얘기다. 그런데 그렇게만 보면 영화가 재미없다. 좀 넓게 봐줬으면 좋겠다." - 당신은 왜 군대 얘기만 다루는가. "20여년전 군대에서 겪었던 일들이 내 영화적 영감에서 계속 머무르고 있다. 이 영화 역시 그만큼 오랫동안 머릿 속에서 기획돼 왔다는 얘기다. 다른 뜻은 없다. 영화감독은 하고싶은 얘기를 한다. 영화감독은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얘기를 영화로 만들 뿐이다." - (스포일러가 되겠지만)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한마디로 말해서 '몰살'이다. 당신에게는 지금의 사회에 대해 희망이 남아있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 "(웃음) 그 문제를 놓고 연출부와 또 프로듀서와 촬영을 끝내는 날까지 얘기를 하고 또 하곤 했다. 그래도 한명은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누군가는 살아서 못다 푼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는 어떤 한명의 영웅적 행동으로 풀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건 인간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물론 그 구조를 바꾸는 건 인간이겠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렇게 하기에 역부족이다. 힘들다고 봤다. 내 극중인물들이 하나도 살아남지 못하는 것은 그때문이다. 너무 비관적인가?(웃음)"
공수창 감독

- 병사들에게 번지는 괴질의 정체는 무엇인가? 어디서 왔는가? "(웃음) 어디서 왔는지 나도 모른다. 어디서 왔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파헤치면 영화가 정치적이 된다. 괴질은 북에서 온 것 아닌가, 혹은 GP 안에서 그냥 생긴 것 아닌가, 혹은 알고 봤더니 우리 남쪽에서 퍼진 것 아닌 가 등등, 괴질의 정체가 만약 드러났다면 그건 바로 정치적 담론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나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어쩌면 괴질의 정체를 아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태도 자체를 묻는 것이다. 궤변인가?(웃음)" - GP 안 대형 살인극은 괴질과 상관이 없는 셈이다. "그건 당신 해석이다. 그 해석에 대해 나는 옳다 그르다 얘기하지 않겠다." - 당신에게 있어 GP막사 혹은 병영은 인간 마음 속의 '닫힌 감옥'을 상징한다. 막사나 병영말고도 그걸 표현할 기제는 많다. 왜 꼭 막사 안인가? "군대 생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복합적인 기억을 갖고 있다. 다음의 내 말을 확대해석하지 않아줬으면 좋겠다. 진정 그걸 강조하고 싶다. 군대는 인간 내면에 숨겨진 폭력성과 광기가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공간이다. 물론 우리사회의 다른 공간도 그렇다. 그러나 군대는 보다 '쉽다'고 난 생각했다." - 군대 얘기를 다루지만 당신의 영화엔 적이 나오지 않는다. 결국 우리의 적은 우리 내부에 있다는 얘기인가.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다만 내부의 적을 간과해서는 안되는 일이고 사실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내부의 적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건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 모두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점에 있어서는 다들 열린 마음이 됐으면 좋겠다." - 다음 작품도 또 군대영화인가? "(자조섞인 웃음) 만들 수 있다면. 하지만 지금은 어떤 영화라도 만들 수 있는 것이 행복한 시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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