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복수의 홈에버 직원은 "지난 3월부터 홈에버 매장 곳곳에 롯데, 현대 등의 다른 그룹 직원들이 실사를 나오고 있다"고 증언해 '홈에버 매각설'을 뒷받침했다.
인수 당시 80%가 부채·매출도 고전…자금 사정 악화가 배경인 듯
이랜드가 홈에버를 매각하는 첫 번째 이유는 자금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가 한국까르푸를 인수할 당시 인수금 1조7100억 원의 80% 가량이 부채였다. 이 때 발행한 채권의 상환 시기가 오는 5월로 다가오면서 이랜드는 곧 닥쳐올 자금 사정 악화와 유동성 위기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지난해 말 이랜드리테일은 1조576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부채비율이 651.3%로 199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홈에버는 매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 등으로 심각한 노사 갈등을 겪으면서 시민·사회단체까지 '이랜드 불매운동'에 나서는 등 기업 이미지 타격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반면 이랜드와 같은 해에 월마트를 인수한 신세계마트는 지난해 9041억 원의 매출에 19억 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이런 이중 삼중의 경영난 속에서 "홈에버가 매출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불법 주류 거래와 대규모 쌀 카드깡을 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는 이랜드로서는 매각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관련 기사 : 홈에버, '주류 탈세' 이어 '쌀 카드깡' 의혹)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다 최근 원점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이랜드는 이미 지난해 11월 '뉴코아 강남점 매각'을 밝힌 바 있다.
유통업계 지각 변동 및 '이랜드 파업'에도 변수
매각이 현실화할 경우 어느 기업이 새로운 주인이 될 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현재 롯데, CJ, 현대 등의 그룹이 홈에버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1위의 기준이 '총매출이냐 순매출이냐'를 놓고 신세계와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는 롯데가 홈에버를 일괄 인수할 경우, 총매출에서는 신세계에게 뒤져 2위에 머물고 있는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다.
홈에버의 매각은 유통업계의 대규모 지각 변동 뿐 아니라 17일로 300일을 넘긴 '이랜드 비정규직 파업'에도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일반노조는 지난해 여름부터 회사 측의 계산 업무 외주화 및 비정규직 고용 안정 문제를 놓고 파업을 벌여 왔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간부 전원이 해고 통보를 받으면서 이들의 복직 문제까지 새로운 쟁점으로 등장한 상태다.
이랜드가 현재의 노사 갈등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홈에버를 매각할 경우 이랜드의 노사 갈등이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현재 파업 중인 조합원 뿐 아니라 전체 직원의 고용 승계 문제도 새롭게 불거질 수 있다.
이렇듯 홈에버 매각설이 가시화되자 노조도 대응에 나설 조짐이다. 이랜드일반노조는 이날 사측에 홈에버 매각과 관련된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노조는 "홈에버의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최근 일련의 상황이 까르푸 매각 전과 너무도 흡사하다'며 매각 추진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고 입점상인들과 납품업체들 사이에서는 롯데, GS 등 대기업과 외국 기업이 홈에버 인수전에 뛰어 들었다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며 "이랜드가 그룹 전체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도마뱀 꼬리 자르듯 홈에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이어 "직원들과 업체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홈에버 매각에 대한 입장을 명백히 밝혀라"고 촉구했다. 더불어 노조는 이랜드 그룹 노동자로 조합원 자격이 한정된 현재의 노조 규약도 변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 "매각 추진, 사실 아니다"
이와 관련 이랜드 측은 "매각 추진 계획은 현재로서는 전혀 없으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랜드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홈에버는 리파이낸스와 국내외 상장 계획을 추진 중"이라며 이 같이 설명했다.
이랜드 그룹이 추진 중인 이 같은 계획은 재무 상황 호전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이랜드 리파이낸스에 참여한 대주주단은 영업 실적이 꾸준히 흑자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대출 조건으로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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