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교과부, 부작용 알면서 생색낸 거냐"

'학교 자율화 정책' 날선 추궁에 교과부 "…"

"그러니까, 지역 사회나 학교에서 동의해주지 않으리라고 보고 내놓는 정책도 있나요?"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최근 '학교 자율화 계획'을 발표한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끔한 지적을 했다.
  
  손 교수는 17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김홍섭 교과부 학교정책국장과의 인터뷰에서 0교시, 우열반 편성, 방과 후 학교의 영리기관 위탁 운영 등에 대한 교과부의 입장을 일일이 추궁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0교시 수업, 하지 말자고 막은 정책을 안 한다고 푸는 건…"
  
  김홍섭 국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0교시 수업은 그동안에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다시 살리는 이유는 뭐냐"는 손 교수의 질문에 "살리는 거라기보다는 자율화 조치의 하나"라며 "지침 자체는 폐지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른 시간에 0교시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김 국장은 "학습을 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심신의 발달이라는 교육적인 효과를 고려해볼 때에 사실 학교의 구성원이나 지역 사회가 그렇게 동의해주겠느냐"며 "저희는 자율적으로 그런 문제는 해결되리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석희 교수는 "그러니까 지역 사회나 학교에서 동의 안 해주리라고 내놓는 정책도 있나요"라고 반문했고 김 국장은 "학교운영위원회 심위 과정에서 정할 수 있는 문제"라며 한발 뺐다. 손 교수는 계속 "정책의 정신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원래 할 것 같으니까 하지 말자고 막은 정책을, 안 할 것 같으니까 풀어놓겠다는 것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반문했다.
  
  교과부 "생색내기라는 표현은 좀…"
  
  또 김홍섭 국장은 방과 후 학교를 영리기관에 위탁하는 일을 규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놓고 "내부적으로 검토를 심도 있게 오랫동안 했다"며 "그럼에도 이번에 규제를 푸는 이유는 그런 것이 포함돼야만 실질적, 가시적으로 중앙정부가 각 시·도학교에 이양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손석희 교수가 "중앙정부가 뭔가를 풀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한 것이라면 부정적, 좋지 않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도 예상하면서도 단지 생색내기를 위한 것 아니냐"고 묻자 김 국장은 "생색내기라는 표현은 좀…"이라며 불쾌한 기색을 나타냈다.
  
  또 손 교수는 "각 시·도교육청에서 지역 상황에 따라 저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바른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기대하고 있다"는 김 국장의 전망을 놓고 "여태껏 그러지 못한 것이 우리 교육 현실이라는 걸 교과부에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냐"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이른바 유명 학원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학교에 남지 않고, 특히 경제적 여력이 되는 사람들은 전부 고가의 유명 학원으로 또 나가지 않겠냐"며 "결국 전반적으로 사교육이 전체 교육 시장에 주도권을 쥐게 되면 우리 교육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 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꼭 공감대대로 가지 않는 현실, 교과부도 보지 않았나"
  
  한편, 김홍섭 국장은 우열반 편성 문제를 놓고도 "오늘 시·도 부교육감협의회에서도 상당히 심도 있게 논의가 될 텐데 이 부분은 교육적으로 접근해야 된다고 본다"며 "우려하신 대로 우열반 편성이 과연 올바른가에 대해서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손석희 교수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해서 꼭 공감대대로 가지 않는 것을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에 우려하는 것 아니냐"며 "알다시피 우열반을 편성하자는 사람들도 있지 않냐"고 추궁하자 김 국장은 "일부 있을 수도 있겠다"고 답했다.
  
  손 교수는 "아무튼 걱정이 많이 된다"며 인터뷰를 맺었다. 이날 인터뷰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코드 맞추기'에 급급해 졸속 정책을 내놓은 교과부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한 편의 촌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