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제안한 5월 임시국회와 관련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14일 "17대 국회에서 할 일은 17대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며 5월 국회 자체에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이 대통령이 국회 소집을 제안한 방식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피력했다. 민생법안과 규제완화 법안, 한미 FTA 비준동의안 등 의제를 두고도 여권과의 힘겨루기에 들어갈 태세다.
민주, 5월 국회 개최하되 주도권은 "우리가"
손학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간담회에서 "우리는 이 정부가 우리에게 떠맡길 일이 있다면 다 떠맡겠다는 자세"라며 "마지막 정리해야할 것은 해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와 야당에 대해 이러한 일을 주문함에 있어서 기본적 도리를 갖춰야 한다. 타협과 통합의 정치를 하자면서 과연 야당을 진정한 국정의 파트너로 진지하게 대하고 있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기자회견을 통한 제의 방식에는 불만을 드러냈다. 대통령이 국회에 요구할 것이 있다면 언론을 통해서가 아닌 여당 원내에 직접 제의를 넣어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 측의 주장이다.
박상천 공동대표 역시 "국민 몇 %가 더 지지했다고 해서 다수파를 위한 법안과 정책만 실현된다면 의회주의가 무슨 소용이 있냐"며 야당의 견제 역할에 방점을 뒀다.
박 대표는 "다수의 법안이 수정이 되고 타협의 산물이 될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가 있다"며 "81명의 국회의원을 갖고 있으면 충분히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 대안을 실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거래법 같은 부분들을 민생이라고 얘기하는데 이런 법안들은 졸속 처리하면 안 된다"며 여권의 공격적인 국회소집 주장에 제동을 걸었다. 김 대표는 특히 "한나라당의 '혜진-예슬 법'이라고 하는 어린이 대책에는 문제가 많다"며 "우리당에서 어린이 보호를 위한 새로운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민생을 위해 처리해야할 법안들은 우리가 준비하는 법안"이라며 등록금 상한제, 유류세 10% 인하 법안 등 물가 관련 법안을 우선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이 견제 야당으로서의 길찾기에 성공할지는 미지수. 이 대통령이 주요 의제로 거론한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와 관련해선 민주당 내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김 원내대표가 "한미FTA는 졸속처리하면 안 된다. 논란이 있기 때문에 새로 원구성이 되면 새로운 국회에서 진지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손 대표는 "가능하면 5월 국회에서 한미FTA 비준 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해 엇갈린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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