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상에서 주식중개사로 위장해 외국인들을 상대로 주식 투자를 권유해 돈을 받아 가로채는 이른바 '보일러 룸(boiler room)' 범죄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해 금감원이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의 주식중개업체나 투자자문사에 속아 주식 투자금을 날렸다는 외국인들의 피해 사례가 올 들어 여러 차례 접수됐다.
이메일 등을 통해 접수된 신고서에는 "한국 소재 투자회사라는 곳에서 주식 투자를 권유하는 전화를 했다. 이 회사의 인터넷상 홈페이지 주소는 한국으로 돼 있었다. 주식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에 넘어가 송금했으나 이후 연락이 두절돼 투자금을 다 날렸다"고 적혀 있다.
주식중개 및 투자자문 회사로 위장한 뒤 주식 투자 등을 권유해 돈을 챙기는 '보일러 룸' 범죄는 투자문화가 발달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사기행각이지만 국내에서 피해 사례가 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일러 룸'은 일확천금을 꿈꾸는 젊은이의 주가조작 실상을 다룬 미국 영화로 제작됐다.
특히 국내에서는 BBK 주가조작 사건을 주도한 김경준 씨가 이 영화에 나온 주가 조작 수법을 모방하고 주연 배우인 지오바니 리비시라는 이름으로 여권을 위조한 사실이 들통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보일러 룸 범죄자들은 인터넷과 광고지, 전화 등을 통해 개인투자자에게 주식 매수를 집요하게 권유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대부분 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인 것으로 금감원은 추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한국 주소의 가짜 주식투자중개사인 △Goodwin Capital Management Limited, △Warrick Management Group Ltd, △Alwyn Management Group Ltd 등 3곳을 파악해 영문 홈페이지(http://english.fss.or.kr)의 '요주의 투자사' 명단에 올려놨다.
이들 3개 무허가 주식투자중개사의 홈페이지를 보면 한국 주소와 국가명이 영어로 기재돼 있어, 인터넷상에서 이를 본 외국인들은 한국의 투자회사로 오인하기 쉽다고 금감원 관계자는 전했다.
금감원은 이들 유령회사는 외국인을 범죄 대상으로 삼아 주식투자를 권유하고 있지만 홈페이지만 있을 뿐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국인은 한국 주식중개사라면서 주식 투자를 권유할 때는 반드시 금감원 홈페이지 등을 통해 등록 여부를 확인한 다음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앞으로 내국인 투자자들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식 등록된 증권사와 투자자문사 등의 금융회사 명단은 금감원 국문 및 영문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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