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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계영배'의 지혜를 깨달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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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계영배'의 지혜를 깨달아야

<고성국의 정치분석ㆍ40> 총선 압승해도 초심을 잃으면…

3월 29일자로 조사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8.1%였다. 취임직후인 3월 2일의 조사에서는 52.0%였으므로 그 사이에 14% 가까이 빠졌다.

같은 조사에서 "국정안정을 위해 한나라당이 많이 당선되는 것이 좋다"가 36.4%에 그친 반면에 "여당 견제를 위해 야당이 많이 당선되는 것이 좋다"가 49.1%를 기록해 이른바 안정론과 견제론 비율도 역전되었다.

도대체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된 것일까. 이 두 가지 조사를 인과론적으로 연결 짓기는 어렵지만 굳이 원인과 결과로 나눠 본다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의 추락이 견제론의 상승과 안정론의 하락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사태의 본질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란 뜻이 되겠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은 불과 석 달 전의 압도적 승리를 생각하면 놀라운 반전이지만 지난 석 달여의 정국 전개양상을 놓고 보면 사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지속적이고 경향적인 하락이었다.

지지율 하락의 사건적 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인수위의 설익은 정책발표와 실적주의, 국무위원 인사파동 같은 것들이 그 것이다. 한나라당의 공천파동도 따지고 보면 지지율 하락의 계기 중 하나였다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계기는 어디까지나 계기일 뿐 근본원인은 아니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근본원인은 이명박 정부의 기능주의다. 기능주의와 실적주의는 경제 살리기를 핵심이슈로 내건 대통령 선거에서는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아 놓으면 어쨌든 경제가 활성화되고,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을 국민들에게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연합

그러나 기능주의와 실적주의는 국민의 마음을 읽고, 국민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정치력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국민을 섬기는 감동의 리더십은 메마른 기능주의와 효율우선의 실적주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감성적 공감과 공론을 만들어 가는 소통의 리더십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석 달여의 시간이 이명박 정부의 기능주의와 실적주의가 정치적으로 좌절하는 시간이 아니었는가 하는 물음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명박 정부의 기능주의와 실적주의가 정치적으로 좌절되는 또 다른 현장은 국정현안의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선택하는 고도로 전략적인 정무영역이다. 국정을 경영함에 있어 1차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은 사안의 경중완급을 가리는 것이다. 어느 국정 현안인들 중요하지 않은 것이 있겠으며 급하지 않은 것이 있겠냐고 할 수도 있으나, 그런 중에도 좀 더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 좀 더 급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은 있는 법이다. 문제는 기능주의와 실적주의로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경중완급을 가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능주의는 자기완결적 논리에 입각해 기술합리적 확신으로 무장하고 밀어붙이기를 감행하는 특징이 있다. 마치 컴퓨터로 작동되는 기계처럼 개개 사안의 특성을 무시하면서 말이다. 사안의 개별적 특성은 기능적 부적응 정도로 치부되고 마는 것이다.

기능주의 통치는 안 돼

예컨대 선거를 불과 나흘 앞두고 대통령이 최측근인사가 혈투를 벌이고 있는 지역구를 방문했다면, 그 행위는 누가 보더라도 선거에 영향을 주는 행위라 할 것이지만 기능주의자들에게는 일상적 국정운영을 정치개입이라고 호들갑을 떠는 야권과 언론의 행태야말로 국정의 발목을 잡는 정략적 행태로 보일 것이다. 이 현격한 인식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한 이명박 정부와 국민 간의 소통은 겉돌 수밖에 없을 것인 바, 그 징후가 38.1%라는 국정지지도로 나타났다고 한다면 너무 앞지른 진단일까?

기능주의의 결정적 위험은 정치의 영역에서 나타난다. 투입-산출의 단순한 기능주의적 구조로는 여론의 흐름, 국민들의 미묘한 감성의 흐름과 예민한 상호작용들로 이루어지는 정치적 변화를 읽어낼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장관들과 수석비서관들이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새벽형 인간으로 변신해 모든 것을 걸고 "열심히"해도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이유다.

이쯤에서, "'열심히 하는' 기능적 권력과, 그럴수록 멀어져 갔던 국민의 마음 사이에서 발생한 엇갈림"을 비극적으로 연출했던 참여정부를 반면교사로 떠올려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하다. 또는 모든 것에서 손을 놓아 버리고 낙향하는 순간 국민의 마음을 얻게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복한 은퇴생활이 주는 여백과 여유의 미학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출범한지 한 달 반 밖에 안 된 정부에 대한 주문치고는 너무 각박한 것일까, 아니면 너무 한가한 것일까? 어느 쪽이든 중요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섬기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38.1%의 지지도에서 다시 찾았어야 할 초심이 총선 압승으로 인해 또다시 실종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총선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에게 다시 한 번 계영배의 지혜를 권하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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